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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돌아가는 이야기

올 여름은 왜 이렇게 서둘러 더운 것일까?

by jeff's spot story 2024. 7. 8.

지난 6월 19일 경북 양산시 하양읍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에서는 39도 라는 올 해 가장 더운 기온을 기록했다. 한여름이라는 7월도 8월도 아닌데 신기록을 갱신할 정도의 고온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기상청의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6월 기온으로는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기록이었다. 보통 대한민국의 초여름인 6월에는 아침ㆍ저녁으로는 서늘하지만 한 낮엔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가 나타난다. 그래서 6월을 여름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6월은 본격적인 여름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6월 말부터 장마가 시작되면서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뜨거운 여름 날씨라도 장마비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것이 또한 한반도 여름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런 장마가 없는 인도의 뉴델리 같은 경우 시기 한 낮 온도가 50도까지 오르고 한밤중의 기온도 35.2도라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비슷한 위도 상에 위치한 중국의 베이징과 허베이성, 허난성 등도 한 낮의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면서 불볕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6월의 날씨라 하기엔 이상할 정도의 고온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 이른 고온현상이 나타난 이유로 ‘열돔’ 현상을 꼽는다. ‘열돔’이란 지상 5~10km의 대기에서 발달하는 뜨거운 고기압 때문에 기류가 느리게 움직이거나 정체되면서 해당 지역이 뜨거운 고기압에 갇히게 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열돔’ 안에 갇히면 지면의 공기가 열기를 받으면서 그 지역은 비닐하우스의 안처럼 점점 더 뜨거워진다. 


‘열돔’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들어온 단어 즉, 지구의 온난화 때문이다. 북극권의 기온이 오르면서 대기흐름을 방해하여 ‘열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 겨울에 제트기류가 하강하면서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기류의 이동을 방해하는 ‘블로킹 현상’ 이 나타날 때 ‘열돔’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나라들은 적도 부근의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여름 기온이 높지 않았지만, 이젠 그런 지형적인 차이는 아예 의미가 없거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이 되었다. 오히려 여름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지역에서 ‘열돔’ 현상으로 갑자기 기온이 상승할 때 온열환자 발생이 급증하거나 산업 현장이 마비되는 현상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한낮의 뜨거운 기온은 상대적으로 건강이 안 좋은 취약계층이나 산업현장에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2022년 영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더운 해양국가라는 그동안의 경험 때문에 갑자기 몰아닥친 40도를 넘는 폭염으로 인해 온열환자가 급증 1,000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산업시설이 셧다운 되는 사회마비현상이 나타났다. 평소 영국은 더운 지역보다 지리적인 영향으로 덜 더운 여름기온을 나타낸 곳이었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컸다는 분석이다. 영국은 상대적으로 냉방장치보급이 덜 된 곳으로 대비하지 못한 폭염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뉴욕타임즈가 제공하는 전 세계 기온 평균 수치를 보면 과거와 비교하여 지금이 얼마나 더운지를 잘 알 수 있다. 예년 평균기온보다 9도 이상 뜨거운 지역까지 있을 정도로 최근 여름은 불볕더위 그 자체이다. 지난 2023년이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이었다는 평을 얻고 있었지만 올 해 6월 이미 그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1880년 기상 관측 이후 2024년은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산화탄소이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온실효과를 가져온 주된 원인으로 그동안 세계적으로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가장 청정지역이라는 미국 하와이의 관측소 기록에 따르면 그동안의 기록을 능가하는 427ppm 이라는 이산화탄소 수치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정식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으며 세계 지도자들이 만나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자고 많은 회의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 나타난 절망적인 기록이었다. 이 수치는 1958년의 313ppm보다 114ppm이나 높은 것으로 매년 1~2ppm의 이산화탄소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최근에는 이런 상승폭이 더 커져 매년 3ppm 안팎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에 소극적인 나라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런 지구온난화의 원인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산업구조와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고, 돈과 연관된 주제이다. OECD국가 중에서도 화석연료 사용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는 경유자동차의 비율도 높다. 당장 이런 화석연료 의존 산업구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젠 정말 우리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산업화에서 항상 우리보다 뒤진다는 중국보다도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이 적은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화석연료를 쉽게, 편하게 의지하고 있었는지 반상해야 한다.   

기상전문가들은 올 해가 ‘폭염삼재’에 해당한다는 말을 한다. 지난해 있었던 엘리뇨가 잠잠해 지면서 태양 흑점의 활동은 극대화 되는 시기에 임박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엘리뇨가 사라지는 시기인 11년 마다 폭염이 나타났다. 태양 흑점의 극대화는 태양의 빛이 강해지기 때문에 이 또한 지구의 기온을 상승시킨다. 다행히 올 해 나타난 한반도의 이상 고온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지금 생각을 고쳐먹지 않는다면 돌이키기 어려운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곧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된다. 한 낮의 더위는 잠시 꺾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매년 되풀이 되는 더운 여름의 공포는 우리의 노력과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