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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를 흔드는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자유무역의 의미

세계가 돌아가는 이야기

by jeff's spot story 2025. 4. 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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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의 필독서이자 경제학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책이 있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문을 열어주는 지침서 같은 책으로 과거 경제학도들에겐 서울시장이나, 경제부총이라는 직책보다 더 유명했던 고 ‘조순’ 총리의 경제원론 책이 가장 인기가 높았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이 50년 전이라 하니 정말로 경제학의 바이블이라는 칭호를 얻을 만하다. 학문으로 놓고 보면 경제학은 무척 낯설고, 어렵고, 딱딱한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 실생활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이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장 실용적인 학문이기도 하다. 경제학에서는 아직도 처음 책을 낸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케인즈’의 이론을 신주단지처럼 받들고, 배우고 있으니 역사적인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경제학의 원론에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벌이고 있는 관세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할 만한 아주 유명하고 고전적인 이론이 있다. 19세기 경제학자였던 ‘리카도’가 주장한 비교우위론이라는 이론이다. 비교우위론이란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품에 특화하여 교역을 하게 되면 두 나라가 다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비록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두 상품 모두에서 절대 우위인 위치에 있다 해도 더 비용이 적게 드는 상품을 특화하면 두 나라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골자이다. 아무리 재능이 많고, 능력이 많은 사람이라도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비교우위 이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와 일본 두 나라가 교역을 함에 있어 상품은 오로지 옷과 냉장고만 있다고 가정한다. 우리나라는 옷도 냉장고도 모두 일본보다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둘 중에 더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옷이라 가정하면, 우리나라는 옷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냉장고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본은 우리나라의 옷을 수입하면 된다. 두 상품을 모두 만들 때보다 이렇게 교역을 하는 편이 생산성이 더 좋고, 기회비용이 줄어들어 이익이 된다. 물론 비교우위이론은 지나치게 단순화한 모델이다. 이 이론에서는 국가 간 재화가 너무 단순화되어 있고, 생산요소도 두 나라가 똑같다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 운송비용도 배제되었다. 하지만 경제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리카도’의 이론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의 절대우위론에서 설명하지 못한 무역의 당위성에 대한 이유를 명쾌하게 풀어주었다. 무역과 교역은 참여하는 나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한 나라에서 모든 재화를 만들거나 유통할 수 있다 해도 더 가격이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기술이 나은 나라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말이다.   

100년도 넘은 이 이론이 요즘 회자되고 있다. 자유무역이라는 서구사회의 경제철학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단순한 비교우위이론은 어떤 나라가 무역을 하지 않고, 시장을 닫으려고 할 때 설득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리고 이런 비교우위론은 항상 힘이 세고, 경쟁력이 우수한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를 상대로 주장했었다. 무역을 통해 이익을 본다는 점에서는 모든 나라의 참여는 당연한 것이지만, 실제로 더 큰 이익을 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있거나, 자본력이 있거나, 시장이 큰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20세기 초에는 영국이 그랬고, 20세기 중반에는 미국이 자유무역을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하지만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이 오히려 자국 시장에 빗장을 걸고 있다. 관세라는 가장 전통적이고, 직설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보통 자유무역을 신봉한다는 서구의 나라들은 교역량을 조정하고자할 때 관세를 동원하는 직접적인 방법보다는 수입다각화니, 원산지증명강화니 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써왔다. 


지금의 미국행정부를 보면 이런 전통적인 경제이론을 몰라서 라기 보다는 자국의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관세를 들먹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즉, 자유무역을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 미국인 것은 맞지만 미국 국민들은 무역을 통한 이익을 골고루 나누어 가지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을 보면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지 못한 백인중년층의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낮은 임금을 받는 교육수준이 높지 못한 대다수의 중산층인 백인들은 자신들이 미국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미국 사회의 흐름을 잘 읽었고, 그들의 어려움을 파고 들어 선거에서 승리했다. 따라서 뭔가 변화를 주고 있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리한 관세분쟁을 일으킨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거기에는 중국에 대한 압박도 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런데 미국처럼 힘이 세고 강력한 나라에서 이와 같은 분쟁을 일으키게 되면 약소국들의 애로사항은 엄청나게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도 정치상황이 불안한데다 국제적으로 코로나 이후 제일 시장이 회복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터라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수출길이 막히는 공산품을 비롯하여 금융시장까지 충격파는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이런 현재의 상황을 잘 대변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유력한 여러 국가의 시장보다 매우 저평가되어 있고, 침체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보통 증권시장을 그 나라의 경제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 된다. 실제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이라 할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는 가격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자동차도 러시아 시장의 상실 등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단순히 미국의 관세정책이 다시 원래대로 회귀하기만을 바랄 수 있는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에 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자영업의 침체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이다. 국가경제의 20%에 해당하는 자영업이 타격을 입을 경우 개인 부채 증가가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는 거대한 침체의 서막이 열릴 수 있다. 당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여러 난관에 부딪혀 철회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맞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의 체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무역을 통한 이익은 결국 경제력과 힘을 가진 나라가 향유하는 파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게 자유무역을 통한 국제질서를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유무역을 통해 우리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도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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