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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 본연의 맛을 만날 수 있는 맛집이다. 구리시 수택동 동원한방족발

by jeff's spot story 2024. 2. 11.

함께 일한다는 것은 그저 동료의 개념보다 인생의 한 부분을 나누는 함께 사는 식구 같은 의미라 생각한다. 한 직장은 아니지만 같은 건물에서 조석으로 만나고 차를 마시고 가끔 퇴근 후 술도 마시고, 힘든 일을 털오 놓기도 하는 그런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사이라고 본다. 당연히 식구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이이기도 하다. 그렇게 아는 동생 하나가 생일이면서 고민도 많다고 했다. 그래서 축하 겸 위로 겸 우리는 그 동생의 집이 있는 구리로 이동했다. 여긴 분명 포천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도시지만, 거기서 우린 의미있는 저녁 한 때를 보내게 될 것이다. 


구리시는 사람도 많고 집도 많지만 땅이 없다고들 한다. 정말 이날 저녁 그런 평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어찌나 주차할 곳이 없는지 정말 한동안을 헤매야 했다. 예전 군대 있을 때 자대를 오기 위해 방문했던 한적한 구리시가 아니었다. 하긴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데 그 시절 타령이람... 구리시에서도 특히 번화하고 번잡하다는 구리 전통시장이 있는 수택동에 왔으니 차를 쉽게 세울 생각은 하지도 말아야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주차할 자리를 찾아 차를 세우고 보니 벌써 8시가 다 되었다. 이런 저녁이 이렇게 늦어 지다니 도대체 얼마나 먹겠다고 이러나 싶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차를 세우니 인근 족발집에 갔다 오면 두 시간 주차가 무료라 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바로 이곳이다. 족발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만은 왠지 직장인들에게 족발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자리하는 족발 가게는 직장 생활의 희노애락과 살아가는 이야기와 끈끈한 동료애 같은 것이 함께 들어 있는 자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가장 서민적이고 가장 흔한 음식이지만 정말 맘 맞는 동료들과 먹으면 정말 세상 진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음식 그것이 바로 족발이다. 


이집은 밖에서 보기에도 맛집 같아 보였다. 사람들도 많았고 세월의 흔적도 있어 보이고 특히 규모가 무척이나 컸다. 부디 내가 생각하는 그런 맛난 족발이 나오기를 바라며 들어갔는데 의외로 경제적인 가격이라는 사실이 맘에 들었고 다른 족발집들보다 더 구색을 갖춘 반찬들이 나오는 것에 또 만족스러웠다. 함께 나온 선지 해장국은 이집의 서비스를 잘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하겠다. 결국 족발은 술 안주다. 아니 술 안주 일 수밖에 없다. 질겅 질겅 씹는 맛에 고소한 육질에 잘 만든 양념에 한 점의 고기가 아니라 잘 어울리는 안주인 것이다. 나는 특히 개인적으로 살코기나 다른 어느 부위보다 족발집에 가면 늘 뼈다귀를 독차지 하곤 한다. 뼈에 붙은 고기가 제일 맛있다고 족발의 생명은 바로 저 뼈에 붙은 살들을 술 한 잔 과 함께 뜯어 먹는 재미라고 하겠다. 가끔 너무 칼질을 잘 하는 주방장을 만나면 정말 뜯어 먹을 고기가 없어 아쉽고 난감하지만 그래도 이집은 먹을 만큼의 넉넉한 고기들이 뼈에 붙어 있었다. 


보쌈도 함께 파는 집이다 보니 반찬처럼 나온 무김치와 배추김치도 예술이었다. 우린 이것을 눈치 봐가며 두 번이나 리필을 해서 먹었다. 그렇게 족발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동생이 내가 워낙 막국수 좋아하는 취향이라는 것을 알고 막국수도 먹자고 했다. 하긴 처음부터 나는 이 국수가 먹고 싶긴 했다. 느끼하고 기름진 족발을 먹다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라도 만나는 느낌처럼 담백하고 시원한 막국수를 만난다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랴! 막국수 전문점의 그 맛은 아닐지라도 이날의 막국수는 안주도로 식사로도 손색이 없었다. 


구리시의 가장 번화하다는 수택동에서 만난 옛날 맛이 물씬 풍기는 이 족발집의 맛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사실 요즘 족발들은 너무 퓨전을 지향하다 보니 달달하고 가벼운 맛이 많다. 하지만 이곳의 족발은 예전에 맛보던 다소 투박하고 소박하고 어찌보면 너무나 평범하기까지 한 족발이었지만 나는 참 만족스러웠다. 아직도 이런 전통의 족발집이 있다니 이런 집이 동네에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을 안고 식당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