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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부산과는 또 다른 가볍고, 산뜻하면서 새콤한 밀면, 양주시 광사동 이태원 고기밀면

by jeff's spot story 2024. 4. 15.

몇 달 전 부산에 갔다가 원조의 맛을 보기 위해 찾았던 밀면 식당에서 적잖이 실망 한 적이 있다. 밀면이라는 이름이 특이해서 그렇지 사실 우리가 먹는 면 요리 중에 절대 다수는 밀가루로 만든 면이다. 당연히 평소에도 우린 밀면을 많이 먹고 있다. 부산의 밀면은 그런 우리가 평소 자주 먹었던 밀가루 면에 색다른 어떤 가미를 해서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과연 부산에서 먹은 밀면은 분명 우리가 먹던 국수와는 좀 다른 맛이었다. 하지만 그 맛이 좋은 쪽으로 다른 것이 아니라 그닥 좋지 않은 방향으로 색다른 것이라 실망을 했었다. 그런데 양주에 밀면이라는 간판을 단 이집이 보였다. 분명 큰 기대가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뭐가 다를까 싶은 궁금증이 생겼다. 


사실 문을 연 식당이 별로 없다는 것도 선택에 한 몫을 하긴 했다. 아무튼 기대되는 마음으로 들어가 메뉴를 살펴 보았다. 부산에선 물 밀면과 비빔 밀면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긴 육회 밀면과 온 밀면, 그냥 시그니쳐 밀면도 있었다. 음.... 뭘 주문해야 제대로 먹었다고 할 수 있을까? 밀면이라는 음식을 거의 먹어 본 적이 없으니 사전 지식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대중적이라는 말을 보고 밀냉면 순한맛을 마눌은 비빔밀면 중간맛을 주문했다. 아무래도 나의 면 사랑은 늘 육수가 있는 물면 위주니까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찬찬히 식당 안을 둘러 보니 망향국수 집처럼 여기도 디포리 육수를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디포리 육수도 멸치 육수처럼 아주 입에 착 붙는 것이 감칠맛이 훌륭했다. 우린 이 육수를 세 번인가 따라 마셨다. 그만큼 괜찮았다. 그렇게 디포리와 함께 앉아 있노라니 우리가 주문한 밀면이 나왔다. 가격이 좀 센 편 아닌가 했는데 여기도 팔당냉면 처럼 약간의 고기구이를 함께 내 주는 방식이었다. 밀면의 양도 장난이 아니게 많은데 여기에 고기까지 주니 양 많은 사람들은 무척 고마워 할 식당이라 해야겠다. 서비스 처럼 내어주는 고기에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담백하니 불향이 나는 좋은 돼지고기였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밀면인데, 특유의 약간 노르스름한 빛이 도는 밀가루 면의 자태는 부산이나 차이가 없었고, 시큼한 육수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이곳의 육수와 면의 상태는 분명 더 조화로운 맛난 것이었다. 


나오자 마자 면을 먹었을 때는 비빔밀면이 더 맛나 보였다. 하지만 자꾸 먹다 보니 내가 주문한 밀냉면이 더 입에 맞는 것 같았다. 비빔밀면은 뭐랄까 쫄면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암튼 좀 자극적이면서 단짠맵에 가까운 것이었고, 밀냉면은 칡냉면 비슷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엄청 많은 양의 차가운 면을 먹고 있노라니 자꾸 디포리 육수에 손이 갔다.  아직은 여름이라 하기엔 분명 이른 날씨인 것 같았다. 몸에선 차가운 것보다 뜨끈한 것이 들어 오라고 사인을 보내는 것 같았다. 여기 들어 오는 손님들은 평소 자주 이곳을 찾던 단골들 같았다. 익숙하게 주문하고 디포리 육수를 마시고, 기대했던 맛이라는 표정들을 지어 보이니 말이다. 


하긴 우리도 다음엔 다른 메뉴로 한 번 더 먹어보자고 이야기 했다. 깔끔하고 정갈한 가게 내부나 오랜 시간 같은 음식을 만들면서 점점 더 깊어진 내공이 느껴지는 이집의 양념은 면 요리의 강자라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러니 이집에서 밀면의 깊은 맛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이런 것 보면 면 요리는 참 다양하고, 오묘하고, 여러 얼굴을 하고 있다. 예전에 TV에서 본 누들로드 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같은 곡물 가루로 반죽을 하여 면을 만드는 것은 같지만 지역마다, 나라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다양한지 모른다. 아마 우리나라 만 해도 내가 아직 먹어 보지 못한 면 요리가 어디엔가 또 있을 것이다. 그 때 까지 열심히 다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