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쟁은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30년 가까이 반복되어 온 정치 이슈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되는 구조를 만든다는 비판 속에서도 제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지방자치의 출발점은 1995년이다. 그해 실시된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그리고 지방의원을 동시에 선출했다. 이때부터 모든 선거에 정당공천이 허용됐다. 지방정치 역시 민주주의 정치 과정의 일부이므로 정당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당시의 논리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방정치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라기보다 중앙정치의 하위 구조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 기초단체 선거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은 주민보다 먼저 지역 국회의원을 바라보게 되었고, 공천을 받기 위한 줄 서기 정치가 자연스러운 관행이 되었다.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정당 간 대결만 남았다. 공천권이 막강해지면서 공천 비리 문제까지 반복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에는 국회에서도 폐지 논의가 진행됐다. 당시 주요 정당이었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모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검토했다. 그러나 무소속 후보 난립, 책임정치 약화, 선거 비용 증가 등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결국 제도는 유지됐다.

정당공천 폐지 논쟁이 가장 크게 달아오른 시기는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둔 때였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는 대선 공약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했고,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 전체가 폐지에 공감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오자 분위기는 급격히 바뀌었다. 책임정치 약화와 무소속 난립 가능성을 이유로 여야 모두 입장을 바꾸었고, 결국 공약은 흐지부지 사라졌다. 그래서 하지만 막상 선거를 앞두고 양대 정당이 자신들의 이해득실만 따지며 지방정치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정을 했다는 국민들의 반응도 있었다.
현재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지방선거인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시장·군수·구청장과 기초의원 후보는 모두 정당공천을 통해 출마했다. 지방선거이지만 실제 선거의 성격은 중앙정치의 연장선에 가깝다.

문제는 그 결과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구조 속에서 후보자들은 주민보다 중앙 정치권의 눈치를 먼저 보게 된다. 지역 현안을 해결할 능력보다 정당 내 인맥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인사라도 공천을 받지 못하면 선거에 나설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결국 지방정치는 주민의 정치가 아니라 정당의 정치가 되고 만 것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중선거구제 역시 소규모 지역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포천만 보더라도 창수면이나 관인면, 화현면처럼 인구가 적은 지역 출신 인사가 시의원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역 대표성이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셈이다. 이럴 경우 지역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기초의회의 역할 자체가 인구가 적은 지역에는 적용되지 않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중앙당 공천을 폐지하고 선거구를 소선거구로 전환해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소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의원 수 증가에 따른 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선택지도 있다. 1991년 기초의회 출범 당시처럼 의원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다. 당시 지방의원들은 세비 없이 활동했지만 지역 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공익적 봉사라는 인식이 강해 시민들의 신뢰가 높았던 측면도 있다.
지방정치는 주민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는 정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제도는 지역보다 중앙정치를 더 강하게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지방자치 30년을 넘어선 지금, 이제는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과연 기초지방선거에 중앙당의 공천이 반드시 필요한가.
지방정치를 진정한 주민의 정치로 돌려놓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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