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동물을 언제부터 이렇게 맵게 먹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과거엔 연포탕이라 하여 전혀 맵지 않게 먹는 탕도 인기가 좋았지만 이젠 의례 매운 양념에 볶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오징어나 낙지나 쭈꾸미가 대표적인 것이다. 특히 쭈꾸미는 다른 양념으로는 거의 먹지 않는 것 같다. 선단동 대로변에 있었던 이집은 언제부터인가 감자탕 집인가로 업종이 바뀌었었다. 그러다 다시 몇 년 전 하던 영업방식 그대로의 쭈꾸미 클럽이 된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주인이 바뀌었거나 다른 사람이 임대를 하여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그것을 확인도 해 볼겸 이날 이집을 찾았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가게 안의 인테리어까지 바뀐 것이 거의 없었다. 과연 여기가 감자탕을 팔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사실 이집은 아주 예전에 파스타를 팔던 패밀리레스토랑 비슷한 곳이었다. 그 때 분위기가 아주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다만 변화가 있는 것은 테이블 마다 불을 피울 수 있는 렌지가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그거 말고는 바뀐 것이 없었다. 심지어 간단하게 만들어진 셀프바가 있는데 거기에서 국수나 떡볶이, 스프를 갖다 먹는 방식도 그대로 였다. 사실 이집은 잔치국수 맛집이었다. 국수가 맛있다면서 오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다.
메뉴도 거의 그대로인데 돈까스라는 메뉴가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쭈꾸미와 돈가스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묵사발을 갖다 주는 것도 변함이 없었다. 간단하게 국수나 떡볶이로 속을 달래고 있다 보면 매운 양념의 쭈꾸미가 나온다. 불향이 나는 매운 쭈꾸미를 밥에 넣고 콩나물과 무김치 같은 것을 섞어 잘 비벼 먹으면 이집의 시그니쳐 쭈꾸미 정식이 되는 것이다. 돈가스는 어디서나 볼법한 그런 평범한 비주얼이었고, 맛고 소~소~ 였다. 매운 쭈꾸미를 먹고 기름지면서 고소한 돈가스를 한 점 집어 먹으면 이것도 꽤 괜찮은 조합인 것 같다.
불향이 진하게 난다는 것도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주인장도 그대로이고 대부분 예전과 바뀐 것이 없다. 중간에 왜 감자탕집을 했는지 의아한 순간이다. 이날 보니 손님들이 꽤나 많았다. 사실 주변에서 이렇게 강렬하게 매운 쭈꾸미로 점심 한 끼 먹을 만한 집이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집은 나름의 우위가 있는 셈인데 왜 중간에 다른 아이템을 했을까? 암튼 다시 돌아 온 것이 반가운 사람 중에 하나다. 저녁에 안주로 먹을 메뉴도 좀 생겨서 이젠 여길 그냥 밥집이 아니라 술집이라 해도 될 것 같기도 하다. 버팔로 윙에 맥주 한 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점심 한 끼 치고는 다소 과한 듯한 오찬이 마무리 되었다. 여전히 여기는 국수 맛집이다. 어디서 이런 국물을 만들어 오는지 사오는지 몰라도 참 맛이 좋다. 국수 전문점들이 긴장을 해야 할 정도다. 매운 것을 잘 먹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런 강렬한 매콤함은 가끔식 정말 생각이 난다. 그래서 맵질이지만 쭈꾸미 볶음집을 가끔 찾는데 이렇게 다시 반가운 집이 돌아왔으니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이다. 예전에 느낀 것이지만 이집은 점심 장사는 참 잘 되는데 아마도 저녁에 손님이 별로 없다는 것이 운영상 어려움이 아니었을까 한다. 과연 어떻게 해야 저녁에도 사람들이 오게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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