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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산정호수의 호젓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카페 빵집, 포천시 영북면 우둠지 제빵소

by jeff's spot story 2024. 9. 16.

예로부터 산정호수는 외지에서 여유있는 힐링을 위해 많이 찾는 포천의 대표적인 관광지였다. 시대가 바뀌면서 유원지 비슷한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지만 이젠 그 자리를 향긋한 빵냄새와 커피향이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 산정호수는 상동과 하동 주차장으로 나뉘는데 이날 우리가 간곳은 하동 주차장 근처에 새로 생긴 빵집 겸 카페인 우둠지라는 곳이었다. 규모가 크고, 고풍스런 한옥으로 만들어진 힐링 공간으로 주말이고 평일이고 찾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곳이라 한다. 산정호수에는 이렇게 규모가 크고 유니크한 공간이 많아 입소문 난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카페라는 상호 대신 제빵소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 보면 여기는 커피나 음료보다는 빵에 진심인 곳이라 하겠다. 요즘 애나 어른이나 빵들을 많이 좋아하는데 그런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 보면 될 것이다. 형형색색의 빵들이 손님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날엔 오후 서 너 시면 벌써 빵들이 다 떨어지고 없단다. 개인적으로 빵을 즐기지 않지만 요즘 유행한다는 소금빵을 먹어 보기로 했다. 소금빵의 고소하고 진한 버터향과 커피는 찰떡궁합이기 때문에 커피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과연 이집의 소금빵 맛은 어떨까?

 

산정호수는 주변의 상황도 그렇고, 이곳의 분위기도 고급지고 하여 빵이나 커피나 가격은 꽤 나가는 편이다. 기왕에 힐링을 위한 시간을 위해 온 것이라면 이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요즘 밥 먹고 차 한 잔 마시고 가면 밥값보다 차값이 더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남자들끼리 빵을 앞에 놓고 차 한 잔 먹는 상황은 좀 낯설기도 하지만 이날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우리도 여유있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시는 커피는 인생을 반추하는 것처럼 달달하면서 쓰다. 

 

우리가 앉아 있는 창가 옆으로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물이 가득한 연못에는 연잎 같은 나뭇잎이 그득하다. 물고기들이나 물속 작은 생물들에게는 저 공간이 이 세상 전부일 것이다. 저 안에서 나름의 치열함과 긴장감이 있을 것이고, 함께 사는 편안함과 익숙함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나 작은 연못 속의 세상이나 크기가 조금 다를 뿐 비슷한 것 같다. 땅에 기대여 사는 인간의 삶도 결국 유한한 공간과 유한한 시간에 얽매이는 것 아니겠는가? 연못을 잘 관리를 하지 않으면 금새 물이 썩고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이곳에서는 정성을 들여 연못을 관리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은 천천히 가는 것 같은 연못을 보면서 커피 한 잔을 마시니 이런 호사가 없다 싶었다. 이집의 소금빵도 꽤나 괜찮았다. 버터를 많이 넣었는지 부드럽고, 고소했다. 이런 맛에 빵들을 먹는 모양이다. 어쩌면 우리네 먹거리와는 조금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이질적인 부분이지만 이젠 어느 정도 문화로 자리 잡은 또 하나의 우리 먹거리인지 모르겠다. 오랫만에 만난 선배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금새 한 시간 이상 지나버렸다. 남자들의 수다도 나이를 먹으면 강력해지는 법이다. 수다 떨면서 차 한 잔 하기 좋은 곳, 우둠지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