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원하던 간단하지만 맛있고 저렴한 일본식 주점을 만나다. 안양시 만안구 토리아에즈

사람에 따라 원하는 음식이나 안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식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양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일식이 제일 좋다. 조금씩 먹는 일식의 특징이 맞는 편이고, 다양한 해산물과 특이한 아이템을 먹는 것도 좋아한다. 문제는 이런 간단한 안주를 먹을 수 있는 일식 주점이 근처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동네에서라도 이런 집을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좋다. 이날 안양에서의 2차는 우연히 지나다 보게 된 이집이었다. 토리아에즈라는 이름의 체인점인데 포천에도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토리가 닭을 뜻하니 것이니 밖에서 대충 봐도 꼬치구이 전문점인 것을 알 수 있다. 들어가보니 정말 주인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연신 꼬치를 굽느라 여념이 없었다. 메뉴판을 보니 정말 특이했다. 가격이 엄청 저렴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정말로 꼬치 하나의 가격이다. 즉, 여기는 꼬치를 한 개만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퇴근하다 혼자 들린 것 같은 여자 손님이 많았다. 정말 부담없이 꼬치 한 두개에 맥주 한 잔 마시고 집으로 갈 수 있는 주점인 셈이다. 우리도 평소 먹지 못하던 것을 메뉴에서 열심히 찾았다. 가장 인기가 좋다는 아스파라거스 구이를 먹고 싶었지만 재료가 떨어졌단다. 

 

우리는 유부시루라는 국물과 꼬치 세 개를 주문했다. 이렇게 단촐하게 주문해도 양배추를 일본식 된장양념에 찍어 먹을 수 있는 기본찬은 준다. 평소엔 양배추 잘 쳐다보지도 않는데 이런 식당에 오면 이상하게도 자꾸 집어 먹게 된다. 이상한 일이다. 일본식 된장은 짠맛과 단맛이 적절히 조화된 미소 비슷한 맛이난다. 일본식에서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잘 먹는 것은 바로 양주를 조금넣고 희석한 일본식 칵테일인 하이볼이 아닌가 싶다. 여기도 일식 주점이라 그런지 하이볼이 입에 착 붙는 것이 참 맛이 좋았다. 

 

관자구이가 이렇게 야들 야들했는지 기억이 가물 가물한데 여기서는 마치 푸딩을 먹는 것처럼 아주 부드러웠다. 조금은 씹는 식감을 기대했는데 너무 부드러워 오히려 약간은 실망이 되더라는... 늘 좋아하는 염통구이와 똥집도 생각보다는 부드러웠다. 직화로 구운 꼬치는 굽는 사람에겐 곤욕이겠지만 먹는 사람에겐 불향이 나면서 고소함이 강한 아주 좋은 먹거리가 된다. 유부시루는 유부를 넣은 된장국이었는데 우리네 된장국과 달리 단맛이 강해서 국물이라기 보다는 또 하나의 안주 같았다. 아무튼 정말 저렴하게 이렇게 2차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얼마나 가성비 극강의 조합이란 말인가?

 

 꼬치 한 개의 가격이 5,000원 가까이 되는 몸값이 제법 비싼 우나기, 즉 민물장어도 한 개 주문했다. 생긴 것은 그냥 어묵을 말아 놓은 것 같지만 맛은 정말 좋았다. 이것도 인기 메뉴 중 하나라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거기에 저린 생강을 함께 먹으니 고급 장어 집에서 먹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일식 주점은 정말 착한 가게로 상을 주어야 한다. 나올 때 계산을 하니 맥주를 세 잔이나 먹었는데도 3만 원 정도 밖에 돈이 들지 않았다. 이렇게 저렴할수가... 집 근처에 이런 집이 없다는 것이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인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참 만족스런 2차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