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흘읍 초가팔리 갈월중학교 부근은 송우리 시내와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약간 섬처럼 떨어진 곳이다. 물론 걸어서 10분 정도 나가면 송우리 시내에 갈 수 있지만 그냥 맘편하게 운동복 차림으로 와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동네 술집이 그리운 날도 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이날이 좀 그랬다. 얼마 전 곰탕집이 있던 곳이 삼겹살을 파는 식당으로 바뀌었는데 이름이 참 재미있다. '돼지저금통'이다. 생각해 보면 저금통은 꼭 돼지모양이었다. 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일까? 소도 있고 말도 있는데 저금통은 다 돼지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생삼겹살보다 냉 삼겹살을 더 즐기는 편이다. 이집의 메뉴판에 있는 대패 삼겹살은 아마도 냉동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우린 대패삼겹살을 주문했다. 맛난 냉 삼겹살은 아이스크림처럼 빛깔이 영롱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 식감이다. 이집의 대패삼겹살은 그런 의미에서 원했던 그런 비주얼과 맛이었다. 커다란 돌판에 불을 지피고 그 위에 삼겹살을 놓은 행위는 어쩌면 가장 신성한 저녁 식사 준비 예절일 수 있다. 대부분이 삼겹살 집들이 고기는 잘 나오지만 반찬이 부실 한 것과 비교하면 이집은 백반집처럼 반찬도 많이 나온다.
대패삼겹살의 또 다른 장점은 빨리 익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름이 적당히 나온다는 점이다. 기름이 나와야 그렇게 좋아하는 김치를 함께 구울 수 있다. 야채도 구울 수 있다. 익는 시간이 빠르니 손 급한 술꾼들도 몇 점 먹으면서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 처음엔 기름이 거의 나오지 않더니 어느 정도 굽다보니 적당하다 할 정도의 기름이 나왔다. 이런 맛이 삼겹살을 먹는 진정한 맛이라 하겠다. 일부러 생 삼겹살을 얼려서 대패로 만든 것인지 몰라도 고기의 상태는 아주 좋았다. 빛깔도, 냄새도 아주 신선해 보였다.
잘익은 대패삼겹살은 사실 상추쌈도 필요없다. 그저 소금만 조금 찍어 먹어도 그 맛이 아주 고소하고 좋다. 소주와는 천생연분이다. 이집은 삼겹살을 주문하면 된장찌개를 서비스로 준다. 따로 주문할 필요가 없다. 의례 된장찌개를 주문하곤 했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몇 점 먹다가 상추쌈도 싸 먹었다. 쌈장도 바르고, 마늘도 넣고, 잘 익은 김치도 함께 먹었다. 워낙 고소하기 때문에 소주를 연거푸 들이키게 되었다. 식당의 분위기가 마치 오랫동안 다닌 단골집 같은 편안한 것이었다. 이런 식당이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내심 고기를 더 먹을까? 밥을 볶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메뉴판에 있는 잔치국수를 주문했다. 고깃집에서 먹는 잔치국수가 또 별미라면 별미이다. 잘 익은 김치를 넣어 먹으면 이것도 훌륭한 밥이 된다. 기름진 고기를 먹은 후라 그런지 잔치국수의 진한 멸치맛이 아주 좋았다. 평소 다른 곳에서 먹었던 삼겹살과는 조금 다른 구성으로 이날은 참 배불리 잘 먹었다. 이런 맛에 외식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집 근처에 있어 더 좋다. 부담이 없고, 편안하니 말이다. 자영업이 어렵다는 요즘 계속 이런 감동을 주는 곳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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