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과 전문가 포스의 맛난 짜장면을 만나서 너무 기뻤다. 안양시 만안구 하오하오 그 옛날 손짜장

뭘 해보겠다고 자꾸 안양시를 가게 된다. 이제 마지막 방문인데 때가 점심먹을 시간이 되었다. 이날도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돌아다니기 힘들 지경이었다. 어디를 갈 것인가 두리번 거리다 이집을 우연히 발견했다. 안양시 만안구청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중국집으로 상호가 '하오하오 그 옛날 손짜장' 이었다. 대로변에 있는 집이고 규모도 큰 편이라 당연히 가격도 좀 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 중국집 맛이 거기서 거기라는 말들을 하는데 정말 감동적인 중국집을 만나기 힘들 지경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갔다. 물론 나중에 나올 때는 완전히 다른 생각이 되었지만 말이다. 

 

하오라는 말이 좋다는 말이니까 좋다, 좋아 뭐 이런식의 상호라 할 수 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중국집이라면 가장 시그니쳐인 짜장면을 먹어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 둘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쟁반짜장을 주문했다. 2인분이 나온다는 쟁반짜장의 가격은 16,000원 이었다. 한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8,000원인 셈이다. 착한 가격이다. 요즘 쟁반짜장이니, 해물간짜장이니 하는 조금은 특별한 이름이 붙은 짜장이 만 원 이하인 집을 보지 못했는데 여기는 꽤 저렴한 편이다. 착한 가격이라 뭘 더 주문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손님들이 단무지나 양파를 맘껏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방식이 좋았다. 눈치 보지 않고 실컷 먹을 수 있어 우리도 세 번인가를 다녀왔다. 그런데 조금 기다린 후 만난 쟁반짜장은 좀 이상한 비주얼이었다. 짜장소스가 잘 비벼진 면 위에 다른 이질적인 소스가 하나 더 부어져 있었다. 이건 뭐지? 짬뽕도 아니고, 짜장도 아닌 말 그대로 첨 보는 비주얼이었다. 맛을 보니 유산슬이나 팔보채 같은 요리에 쓰이는 소스 같았다. 이걸 왜 짜장면 위에 뿌려 놓은 것일까? 아마도 이런 방식이 안양식인가 보다. 예전에 TV에서 전라도 어느 지역은 짜장과 짬뽕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면이 있다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그것과 비슷한 컨셉인 모양이다. 

 

짜장면만 기대한 사람에겐 조금 생경한 모습이라 당혹스러웠지만 맛은 괜찮았다. 솔직히 그냥 짜장면이 더 좋지만 이런 시도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짜장소스와 신기한 소스를 한데 비벼 면을 먹었다. 굵기가 다른 수타면의 특별한 식감과 쫄깃한 면의 맛은 자극적이지 않은 이집의 짜장소스와 아주 잘 어울렸다. 한 마디로 건강하고 맛난 짜장면이었다. 중국집이 거기서 거기라는 처음 생각은 틀렸다. 여긴 좀 특별한 집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너무 달지 않고, 조미료를 덜 넣은 건강함은 예전의 실력자들이나 낼 수 있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면을 먹다가 아무래도 고춧가루를 뿌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아 과하다 할 정도로 뿌려 먹었다. 이것도 나쁘지 않다. 어린 시절에는 이렇게 먹지 않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꼭 짜장면에는 고춧가루를 뿌려 먹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런 것도 아재가 되는 과정일까? 기름진 점심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면 아무래도 오후를 좀 잘 버틸 수 있다. 물론 중국음식이 입에 텁텁하게 남는 여운이 있긴 한데 그것은 조미료를 많이 넣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기서 먹은 짜장면은 오후 내내 그렇게 입에 부담이 되지 않았다. 여러모로 참 고마운 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