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집은 원래 곰탕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다. 물론 곰탕 국물을 베이스로 여러 다른 음식들도 있다. 그래서 곰탕을 먹어야했지만 전날 곰탕을 먹은 사람들이 많다하여 우린 겨울 한정메뉴인 만두국을 먹기로 했다. 기본 곰탕국물에 손으로 빚은 만두를 넣어 끓인 옛날식 만두국이란다. 곰탕도 좋아하고, 만두도 좋아하니 일석이조라 하겠다. 갑지기 추워진 날씨엔 이렇게 뜨끈한 국물와 든든한 만두가 제격일 것이다. 가평은 동쪽으로 여행을 할 때 늘 거쳐가는 곳이지만 이날은 처음으로 가평군청이 있는 가평읍내로 들어왔다.
잣고을이라는 상호는 가평을 의미하는 것이다. 가평은 이런식으로 관내 맛집 100군데를 선정하여 100대 맛집이라 홍보를 하고 있었다. 맛집이 100개나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한 번씩 가보는데만 1년은 넘게 걸릴 것 같다. 다들 익숙하게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메뉴는 미리 만두국으로 통일이 되어 있었다. 이집의 만두국은 이맘때가 아니면 먹기 힘든 별식이란다.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실내는 오래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이러니까 맛집이라는 평을 듣는 모양이다.
밑반찬이 정갈하게 나오고 드디어 기다리던 만두국이 나왔다. 이집의 만두는 정말 옛날식이었다. 김치가 들어가 있는 손으로 빚은 만두는 큼직한 것이 먹음직스러웠다. 계란지단과 김가루가 뿌려진 것이 전형적인 만두국의 비주얼이었다. 국물은 역시 생각한대로 곰탕 국물이었고, 만두는 왕만두급의 큰 사이즈로 6개나 들어있었다. 숟가락으로 저어 보니 밑에는 떡국떡도 제법 많이 들어 있었다. 이것을 다 먹으면 분명 엄청 배가 부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푸짐한 만두국이었다. 시골의 인심이 느껴지는 훈훈한 한 그릇이다.
만두의 속은 역시 김치가 가득했다. 고기도 튼실하게 들어있고, 당면도 있다. 전형적인 만두의 모습이다. 예전에 장모님이 만들어 주셨던 전통적인 만두의 모양과 비슷한데 장모님은 김치의 국물을 미리 짜두어 만두속이 이렇게 뻘건 모습은 아니었다. 뭐가 되었든 상관없다. 집에서 어릴적 먹었던 만두를 오랜만에 만나 그저 반가웠을 뿐이다. 맛도 괜찮았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단짠맵과는 거리가 있는 전통적인 맛이 강한 만두였다. 만두피도 두꺼워 한 개의 만두도 속이 터져 나온 것은 없었다. 만두속이 터져 나오면 그거야 말로 정말 속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두에도 김치가 들어 있지만 또 김치를 얹어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이집은 깍뚜기도 시원하니 맛이 좋다. 곰탕집이다 보니 이런 김치류도 다들 내공이 있다. 만두만 먹으면 조금 허전할 수 있지만 떡과 김치가 곁들이니 만찬이 따로 없다. 정말 간만에 제대로 된 만두국을 먹어 보았다. 자리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가평에서의 첫 맛집 나들이는 참 훈훈하니 성공적이었다. 가평과 포천은 바로 옆 동네지만 사실 거리는 상당이 멀다. 어떻게 이렇게 먼 지역이 한 선거구로 들어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번에 보니 옆 동네 가평은 맛집이 많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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