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있고 행복한 곳...

동네에서 맘편하게 가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삼겹살 집, 포천시 소흘읍 돼지저금통

by jeff's spot story 2024. 12. 11.

소흘읍 초가팔리 갈월중학교 부근은 송우리 시내와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약간 섬처럼 떨어진 곳이다. 물론 걸어서 10분 정도 나가면 송우리 시내에 갈 수 있지만 그냥 맘편하게 운동복 차림으로 와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동네 술집이 그리운 날도 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이날이 좀 그랬다. 얼마 전 곰탕집이 있던 곳이 삼겹살을 파는 식당으로 바뀌었는데 이름이 참 재미있다. '돼지저금통'이다. 생각해 보면 저금통은 꼭 돼지모양이었다. 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일까? 소도 있고 말도 있는데 저금통은 다 돼지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생삼겹살보다 냉 삼겹살을 더 즐기는 편이다. 이집의 메뉴판에 있는 대패 삼겹살은 아마도 냉동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우린 대패삼겹살을 주문했다. 맛난 냉 삼겹살은 아이스크림처럼 빛깔이 영롱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 식감이다. 이집의 대패삼겹살은 그런 의미에서 원했던 그런 비주얼과 맛이었다. 커다란 돌판에 불을 지피고 그 위에 삼겹살을 놓은 행위는 어쩌면 가장 신성한 저녁 식사 준비 예절일 수 있다. 대부분이 삼겹살 집들이 고기는 잘 나오지만 반찬이 부실 한 것과 비교하면 이집은 백반집처럼 반찬도 많이 나온다. 

 

대패삼겹살의 또 다른 장점은 빨리 익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름이 적당히 나온다는 점이다. 기름이 나와야 그렇게 좋아하는 김치를 함께 구울 수 있다. 야채도 구울 수 있다. 익는 시간이 빠르니 손 급한 술꾼들도 몇 점 먹으면서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 처음엔 기름이 거의 나오지 않더니 어느 정도 굽다보니 적당하다 할 정도의 기름이 나왔다. 이런 맛이 삼겹살을 먹는 진정한 맛이라 하겠다. 일부러 생 삼겹살을 얼려서 대패로 만든 것인지 몰라도 고기의 상태는 아주 좋았다. 빛깔도, 냄새도 아주 신선해 보였다. 

 

잘익은 대패삼겹살은 사실 상추쌈도 필요없다. 그저 소금만 조금 찍어 먹어도 그 맛이 아주 고소하고 좋다. 소주와는 천생연분이다. 이집은 삼겹살을 주문하면 된장찌개를 서비스로 준다. 따로 주문할 필요가 없다. 의례 된장찌개를 주문하곤 했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몇 점 먹다가 상추쌈도 싸 먹었다. 쌈장도 바르고, 마늘도 넣고, 잘 익은 김치도 함께 먹었다. 워낙 고소하기 때문에 소주를 연거푸 들이키게 되었다. 식당의 분위기가 마치 오랫동안 다닌 단골집 같은 편안한 것이었다. 이런 식당이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내심 고기를 더 먹을까? 밥을 볶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메뉴판에 있는 잔치국수를 주문했다. 고깃집에서 먹는 잔치국수가 또 별미라면 별미이다. 잘 익은 김치를 넣어 먹으면 이것도 훌륭한 밥이 된다. 기름진 고기를 먹은 후라 그런지 잔치국수의 진한 멸치맛이 아주 좋았다. 평소 다른 곳에서 먹었던 삼겹살과는 조금 다른 구성으로 이날은 참 배불리 잘 먹었다. 이런 맛에 외식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집 근처에 있어 더 좋다. 부담이 없고, 편안하니 말이다. 자영업이 어렵다는 요즘 계속 이런 감동을 주는 곳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