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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어릴 적부터 즐겨 찾던 시장의 즐거움인 냉면집, 의정부시 제일시장 곰보냉면

by jeff's spot story 2024. 3. 22.

주인이 중간에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집은 정말 오랫동안 의정부 제일시장의 터줏대감처럼 장사를 해왔다. 그 세월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당시엔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격이 무척 저렴하지만 양이 많고, 맛도 괜찮아 의정부 제일시장 나들이를 하면 꼭 들리던 곳이었다. 이젠 세월의 흐름처럼 이집도 많이 바뀌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도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휴식처로, 허기를 달래는 식사처로 이집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상호가 냉면집이기 때문에 여름에 아무래도 장사가 더 잘 되는 것 같기는 하다. 

 

곰보냉면이라는 상호는 왜 붙여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같은 이름이 종로4가에도 있다. 아주 유명한 집이다. 면발이 곰보처럼 생겨서일까? 암튼 상호가 유쾌한 편은 아니지만 만족은 크다. 다소 쌀쌀한 꽃샘추위가 있던 날이었지만 우리는 물냉면을 주문했다. 한 알에 1,000원을 하는 고기만두도 주문했다. 이런 구성이 가장 일반적인 주문이고, 만족도 크다. 날이 그래서였는지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냉면을 보는 순간부터 조금 몸이 추워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냉면이 이 계절의 별미이기는 하다. 

 

최근의 물가 상승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다. 물냉면 한 그릇이 무려 8,000원이다. 정통 냉면집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시장표 냉면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꽤나 오른 편이다. 냉면 육수는 아주 시원했고, 고소한 맛이 났다. 정통의 깊은 맛과는 조금 다른 즐거움을 주는 맛이다. 다소 가볍고, 편하면서 익숙하게 먹어 온 시장 냉면이다. 어쩌면 정통의 냉면과는 또 다른 길을 걸어 온 냉면이라 하겠다. 예전에 살던 우이동에도 같은 이름의 곰보냉면이 있었다. 거기도 가격이 저렴하고 푸짐한 양으로 승부를 했었다. 

 

겨자를 듬뿍 넣은 물냉면은 면과 육수를 번갈아 먹는 즐거움이 있다. 과거보다 양이 조금 준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끼로 손색이 없는 정도였다. 만두는 공장 만두이기는 했지만 덜 달고, 포실거리는 조금은 집만두 같은 것이었다. 이렇게 달지 않은 만두를 먹은 것도 오랫만인듯 하다. 우리가 앉아 있는 동안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는데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여긴 맛도 맛이지만 추억도 함께 먹는 곳이라 그런 것 같다. 오랫동안 이용해 왔던 집이라면 나이 먹고 한 번 더 가고 싶은 법이다. 

 

조금은 부산스러운 가게에서 시장의 활기와 함께 먹는 냉면 한 그릇은 어쩌면 시장의 일부같은 존재일 수 있다. 메뉴판을 보면 떡만두국 같은 계절에 어울리는 한 그릇도 있지만 뜨거운 국물을 주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여긴 말 그대로 계절과 관계없이 냉면을 먹으러 오는 곳이니 말이다. 이날 사실 시장 나들이 보다 이곳에서 먹을 냉면이 더 기대되긴 했다. 아마 다들 비슷한 생각으로 여길 올 것이다. 의정부 제일시장 하면 떡볶이도 있지만 곰보 냉면의 알싸하고 시원한 맛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