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지 않은 담백하고 건강한 진한 국물, 의정부시 동오마을 동오부대찌개

모처럼 주말에 의정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코로나도 그렇고, 요즘 일이 많아서도 그렇고, 제일 큰 이유는 의정부에서 충주로 가는 직행버스가 사라진 뒤로 우린 의정부에 갈 일이 별로 없어졌다. 한동안 다니지 않은 티가 변화된 도로 상황을 모르는 것에서부터 드러났다. 경기제2청사 앞길은 완전히 막혀버렸고, 일대는 다른 길이 되어 버렸다. 원래 계획은 경기제2청사 앞에 있는 신선설렁탕에 가는 것이었는데 망한 것인지 리모델링을 하는 것인지 문을 닫아 버렸다. 이런, 하는 수없이 부대찌개를 먹으러 동오마을로 가기로 했다. 사실 부대찌개 골목으로 가야하는데 거기가 주말마다 워낙 길이 밀려 대안을 선택한 것이다. 

동오마을 먹자 골목에도 이런 저런 식당이 꽤나 많다. 늘 저녁에 와서 술이나 먹던 곳인데 이렇게 낮에 밥을 먹으러 오니 다른 동네에 온 것 같았다. 이곳도 중앙에 있는 공영주차장 공사를 하고 있어 요즘 꽤나 번잡하단다. 공사를 시작한지 1년이나 되었다는데 그럼 내가 1년이 넘도록 이 동네에 오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세월 참 빠르네... 우리가 간 동오부대찌개 바로 옆집도 부대찌개 집이 있다. 그런데 유독 사람들이 이 집으로 많이 들어왔다. 아마도 전통과 맛의 내공에서 이집이 앞서는 모양이다. 

이집의 부대찌개는 육수가 허연 것이 마치 퓨젼으로 요즘 유명한 부대찌개들과 비슷한 국물이었다. 아무래도 이런 국물은 진하고 걸죽한 맛이 날 것이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전혀 기름지거나 진한 맛도 아니었다. 담백하고, 신선하다고 할까? 아무튼 비주얼과 맛은 많이 달랐다. 간단한 밑반찬과 분홍빛이 도는 동치미를 가지고 오면 종업원의 말대로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끓여 약간은 졸여야 한다. 우린 중간에 육수를 두 번이나 리필할 정도로 이 국물을 맛나게 많이 먹었다. 어떻게 이렇게 담백한 맛이 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밥도 넉넉하게 주는데 더 달라면 리필도 해 준단다. 인심이 좋은 편이었다. 점심시간이 되면서 실내에 손님들이 계속 들어 오면서 어느새 만석이 되었다. 중간 중간 포장만 해서 가는 손님도 있어 이집의 인기가 근방에서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솔직히 그동안 내 익숙하게 먹어온 부대찌개와는 아주 많이 다른 맛이라 처음엔 좀 의아할 정도였다. 분명 건강한 맛인 것 같긴 한데 왠지 심심하고, 덜 자극적인 것이 다른 집들과 크게 차이나는 점이었다. 그런데 자꾸 먹다보니 이 맛에 오히려 길들여지는 기분이었다. 

사실 부대찌개는 건강한 맛으로 먹는 것은 아니다. 어찌보면 햄과 소시지가 많이 들어간 김치찌개 같은 것으로 건강이나 영양보다는 맛과 풍미를 더 즐기자는 음식이다. 그런데 이집처럼 심심, 담백하게 먹는다면 부대찌개도 나름 건강한 음식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집 손님들은 나이 든 사람이 많아 보였다. 역시 자극적이지 않은 맛을 즐기는 층이 많은가 보다. 암튼 부대찌개로도 이렇게 담백한 국물이 나온다는 점에서 특이한 집을 발견한 셈이다. 이날 점심으로 기대한 것보다 더 넉넉하고 은은하게 좋은 국물을 먹었으니 만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