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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강원도 막국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 고성군 토성면 동루골 막국수 2호점

by jeff's spot story 2024. 3. 18.

강원도는 어딜가나 막국수집이 많다. 고성군도 예외는 아니다. 바닷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선이나 해물관련 식당보다 막국수집이 더 많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강원도와 메밀은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토양의 성질이 그런 것인지 기후가 그런 것인지 몰라도 아무튼 강원도에서 메밀은 잘 되는 작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막국수 집도 많고, 그렇다보니 전통있는 집, 내공 있는 집 등 전문적인 막국수 맛을 볼 수 있다. 이날 간 집도 그런 집이었다. 원래 본가는 동루골막국수라는 집이지만 집안의 막내딸이 따로 나와 새로 문을 연 집이란다. 일명 2호점이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한적한 길 옆에 있는 이집은 새로 지은 집답게 아주 깔끔하고 산뜻한 분위기였다. 다른 메뉴는 없고, 막국수와 수육 같은 국수 관련 음식만 메뉴에 있었다. 가격이 싼 편은 아니었다. 막국수 한 그릇에 10,000원 이었다. 하지만 일단 블로그의 평도 괜찮았고, 고성까지 왔으니 제대로 된 막국수를 먹고 싶어 가격은 일단 접기로 했다. 그리고 수육과 빠질 수 없는 현지의 막걸리도 하나 주문했다. 이 근방의 막걸리는 사임당 이라는 이름의 동동주란다. 한 입 먹어 보니 달달함이 강한 부드러운 동동주였다. 

 

수육은 무척이나 부드럽고, 잡내가 하나도 없었다. 이런 수육이라면 다른 반찬은 필요없다. 그리고 나오는 오늘의 주인공 막국수는 역시 강원도 본고장답게 비주얼이 남달랐다. 비빔이나 물이라는 구분이 없는 말 그대로 슴슴한 막국수였다. 거기에 들깨가루가 왕창 들어 있고, 동치미 국물을 넣어 물막국수로 만들어 먹는 것이다. 비빔양념이 필요하면 옆에 놓여있는 양념장통에서 떠 넣으면 된다. 동시에 물과 비빔막국수를 맛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주인장은 동치미 국물만 넣으면 식감이 평양냉면처럼 된다고 했다. 과연 그랬다. 평양냉면 좋아하는 사람은 냉면과 막국수라는 오묘한 조합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특이하게 온면도 조금 내어 주었다. 한 겨울엔 얼음이 떠 있는 막국수보다 이렇게 따뜻한 멸치육수의 온면으로 메밀을 즐기는 것이 강원도의 특징이란다. 냉면집에서 온면을 본적은 있는데 막국수 집에서 온면을 본적은 없는 것 같다. 있었나? 국물도 잔치국수같은 멸치육수라니 이것도 신기했다. 물 막국수로 만들어 먹다가 한 입 먹어보니 이것도 별미는 별미였다. 결국 겨울이든 여름이든 우리는 메밀국수를 먹겠다는 것이니 이런 구성도 나쁘지 않은 것이다. 

 

이집의 메밀맛은 아주 훌륭했다. 쌉쌀하면서 부드러운 메밀면은 다른 곡식가루없이 그냥 100% 메밀로만 만든 것 같았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가위를 대지 않아도 툭툭 끊어지는 면은 쫄깃한 고구마전분을 넣은 함흥냉면의 그것과는 아주 다른 방식의 메밀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메밀을 먹기 위해 먼거리를 여행하는 사람도 있다 들었다. 과연 그 말이 맞다. 본고장의 맛이란 것이 결국 이런 감동을 주는구나... 그냥 물로만 먹다가 양념을 넣으면 익숙하게 먹어왔던 춘천막국수처럼 맛이 변한다. 이것도 흥미로운 변신이다. 

 

양도 적지 않아서 막걸리와 함께 먹다보니 어느새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다. 도저히 온면은 다 먹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맛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벌건 대낮에 막걸리와 맛난 수육, 막국수를 먹다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메밀은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음식이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러니 막국수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고성 여행은 다른 것은 몰라도 좋은 식당 하나는 건진 것 같아 아주 흡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