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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여행길에 만나는 맛있는 국물 칼국수, 그런데 여긴 메밀소바가 더 맛나네... 문경시 모전동 도가네칼국수

by jeff's spot story 2024. 11. 5.

여행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끼니 때가 다가온다. 급하게 일하러 가는 길이라면 당연히 시간을 아끼며 먹어야 하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대충 때우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냥 놀러가면서도 그렇게 휴게소에서 아무 생각없이 먹을 때가 많다. 이것은 아무래도 뭔가 아쉬운 부분이다. 여행은 먹는 것과 자는 것이 거의 전부인데 여행의 절반을 그렇게 별 의미없이 먹어 버린다는 것은 신성한 여행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웬만하면 휴게소는 패스하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물론 요즘 휴게소 음식도 꽤나 괜찮기는 하지만 이름 모를 식당에서 먹게되는 낯선 음식의 신선한 충격만 하겠는가?

 

그래서 우리가 들린 곳은 문경시의 도가네 칼국수라는 집이었다. 문경시청 바로 앞에 있는 아담한 식당으로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끝에 얻은 귀한 결론의 집이었다. 몇 년 전 문경시청에 왔다가 근처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참 조용하고, 호젓한 곳이다. 휴일의 문경시내는 더욱 그랬다. 보통 칼국수 집들은 시그니쳐 메뉴가 있다. 사골 칼국수인지, 바지락 칼국수인지, 아님 해물칼국수인지 그렇게 나름의 내세우는 메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집은 바지락도 있고, 일반적인 국물의 칼국수도 있고, 심지어 메밀소바도 있다. 그래서 우린 바지락과 메밀소바를 주문했다. 전혀 다른 맛의 두 가지를 먹고자 했다. 

 

바지락 칼국수는 처음 예상했던 비주얼에 맛도 무난한 그런 칼국수였다. 바지락만 고집하는 전문집이 아니라면 이런 비주얼과 맛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주 깊은 바지락의 맛이라고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정말 말 그대로 무난했다. 그리고 참 특이하게도 칼국수와 함께 팔고 있는 메밀소바가 아주 근사했다. 일식집에서 나오는 것과 비주얼 면에서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맛까지 그 이상이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메밀소바의 국물을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몰라도 정말 진국이었다. 사다 파는 것이라 하기엔 좀 맛이 다르다고 할까? 암튼 아주 깊고 부드러우면서 메밀소바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주는 진한 국물이었다. 

 

아니 이러면 여긴 칼국수 전문점이 아니라 메밀소바 전문점이 되는 것인가? 개인적으로 메밀소바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깊은 맛의 메밀소바는 정말 오랫만이다. 그것도 소바 전문점이 아니라 칼국수집에서 먹게 되다니... 이런 의외가 있나? 다소 평범하고 무난한 칼국수보다 훨씬 강력하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맛이라 하겠다. 우린 참 희안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집 주방장은 분명 어디선가 제대로 메밀소바를 배워 온 것이리라... 이집은 차라리 메밀소바 전문점으로 밀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속 사정이야 모르지만 다른 손님들도 메밀소바를 많이 찾는 것으로 보아 비슷한 평을 하는 것이라 보여졌다. 

 

다소 심심한 듯한 겉절이 김치도 아주 잘 어울렸다. 이런 김치는 칼국수 뿐 아니라 밥과도, 메밀소바와도 잘 맞는 법이다. 범용적인 맛이라 할까? 전체적으로 무난했고, 역시 고속도로에서 나와 30분 정도 밖으로 헤맨 보람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랫만에 다시 문경시도 한 번 둘러 볼 수 있게 되어 그것도 좋았다. 우린 칼국수를 먹은 뒤에 근처에서 커피도 한 잔 마셨다. 휴일 점심을 경북 문경까지 와서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는 것에서 묘한 여행의 재미를 즐길 수 있었다. 이런 맛에 힘들어도 여행을 떠나는 것이겠지... 그리고 어디가나 분명 내공을 가진 숨은 귀재들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