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좋고, 분위기도 괜찮고, 후라이드 치킨의 맛은 더 좋고... 포천시 소흘읍 계혁명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에만 후라이드 치킨을 200만 마리나 먹어 치운단다. 대단한 양이다. 그러니 하림같이 닭을 공급하는 회사가 연일 승승장구 대기업이 되는 것이겠지... 엄청난 양의 후라이드 치킨을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튀긴 닭을 좋아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후라이드 치킨은 선택의 폭이 넓다. 싼 가격부터 비싼 메뉴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것이다. 싼 치킨이라 해도 나름의 경쟁이 있다. 얼마 전 송우리에 생긴 가마치 통닭이나 장터 치킨 같은 저렴한 치킨집들이 있는데 이번엔 새로 우체국 근처에 계혁명이라는 가성비 좋은 치킨집이 새로 문을 열었다. 

 

가격이 저렴한 다른 체인점들처럼 여기도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에 10,000원이고, 두마리를 주문하면 19,000원이다. 유명 브랜드 치킨 중에는 한 마리에 25,000원이나 하는 곳도 있는데 두 마리 가격이 거기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이렇게 팔아도 뭔가 남는다는 말인데 왜 브랜드 치킨 본사들은 가격을 그렇게나 올려 놓고도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엄살을 떨까? 장사나 유통의 오묘한 조화는 정말 인간의 영역이 아닌 모양이다. 아무튼 메뉴판에 적힌 가격이 착하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손님 입장에선 왠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함께 간 사람들에게 "맘껏 시켜 내가 쏠께~" 하는 말을 호기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후라이드 치킨과 닭다리 6조각을 주문했다. 이렇게 시켜도 25,000원 밖에 안 된다. 얼마나 부담이 없는 가격인가? 사실 가격이 좀 덜 나가면 맛에서는 관대해지는 법이다. 어지간하면 다 용서가 된다. 그런데 막상 주문한 닭이 나와 먹어보니 "에잉?"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좋은 맛이었다. 기름의 온도를 잘 맞춰서 진득할 정도로 기름진 튀김이 되지 않았고, 닭의 잡내가 전혀 없으며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한 후라이드 치킨의 전형적인 잘 만든 맛이 그대로 나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치킨이 이런 가격이라는 것이 고맙고 감사했다. 세상은 넓다. 이렇게 가성비 좋은 치킨을 만날 수 있을만큼 말이다. 

 

그리고 원래 치킨은 생맥주와 함께 해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국룰이다. 여기에다 막걸리를 먹는다? 전혀 아니다. 고량주? 양주? 노노~ 소주까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용서가 되지만 다른 주종은 불허하는 것이 후라이드 치킨이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맥주와는 찰떡궁합이다. 사실 예전엔 맥주보다는 소주의 안주로 후라이드 치킨을 많이 먹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치맥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맥주와 환상의 한 팀이 되었다. 이런 것이 문화의 힘이다. 평소 맥주를 잘 먹지 않던 사람도 후라이드 치킨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 바로 맥주 생각이 나게 만드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안주 겸 저녁으로 주문한 후라이드 치킨은 얼마 가지 못했다. 30분도 되기 전에 없어졌다. 하긴 이 정도 천천히 먹은 것도 장한 일이다. 생맥주 다음 주자로 주문한 소주는 아직 2/3이나 더 남았고, 배도 덜 찼기 때문에 우리는 옆 테이블 손님들이 그렇게나 맛나게 먹던 국물떡볶이를 주문했다. 특별히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싫어하는 사람 빼고 한국 사람 중에 떡볶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집은 기성품 양념을 사용해서 떡볶이를 만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맛이 아주 좋았다. 어쩌면 본사에서 이 양념도 보내주는 것일 수 있다. 솔직히 자신없으면 이렇게 하는 편이 훨씬 손님 입장에서 고마운 일이다. 이래 저래 좋은 가격에 거하게 취하며 배부른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