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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세월의 포스가 느껴지는 노포에서 진한 국물로 먹는 한 끼, 포천시 신북면 어룡리 토종순대국

by jeff's spot story 2024. 11. 10.

포천에는 유난히 순대국집이 많은 것 같다. 이유는 모르지만 뜨끈한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사업장이 많다보니 일하던 사람들이 든든하게 속을 채울 수 있는 집을 찾다보니 순대국집을 많이 가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렇다 보니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 순대국도 이런 저런 버전이 있다. 들어가는 내용물도 좀 다르고, 국물도 조금씩 다르다.포천동에 재래시장이 있었던 과거에도 순대국집이 많았지만 국물들이 조금씩 맛이 달랐다. 이날 가본 집도 그동안 다녔던 다른 집들과 조금 다른 맛이었다. 구수하고 진한 국물은 비슷하지만 뭔가 더 부드러운 느낌? 그런 것이 있었다. 

 

가게 이름은 어룡리 토종 순대국이다. 그런데 간판의 모양이나 색깔이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집이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무봉리 순대국의 간판과 아주 흡사한 모양이었다. 아마 처음 시작은 무봉리 순대국 간판으로 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중에 독립적으로 자기 상호를 걸고 장사를 하는 것일 수 있다. 순대국이란 음식이 오랫동안 국물을 우려내는 방식으로 만들다 보니 처음엔 누군가의 도움을 받다가 나중엔 자신만의 레시피가 생길 수 있다. 식당 안에 들어가보니 역시나 무봉리 순대국의 구성과 많은 부분이 비슷했다. 순대국은 이런 맛이 있다. 손님이 스스로 어느 정도 맛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순대국이 나와서 역시 살펴보니 이것도 익숙한 비주얼이었다. 무봉리 순대국과 비슷했다. 순대와 고기 건더기가 엄청 많이 들어 있고, 잡내는 거의 없이 담백한 것이 젊은 사람들이나 여성들도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국물이 진하면서 담백하니 국밥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렇게 잡내없는 담백한 국물은 호불호가 별로 없을 것 같다. 식당 안은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었다. 한동안 동네 사람들의 입맛을 책임진 노포에서 볼 수 있는 넉넉함이 엿보였다. 손님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간히 계속 사람들이 들어왔다. 

 

국밥을 먹을 때 밥과 국물을 따로 먹는 사람들도 더러 있긴 하지만 우리는 그냥 바로 밥을 말아 버린다. 밥알이 국물로 젖어 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순대국의 또 다른 묘미는 건더기와 마늘을 함께 먹으면 수육을 먹을 때 같은 식감이 된다는 것이다. 얼마나 효율적이고 저렴한 고기반찬인가? 순대도 먹고 토종순대도 먹고 돼지의 여러 부위를 먹고 그리고 국물을 떠 먹으면 완성되는 하나의 에술 작품 같은 국밥이다. 요즘 순대국 값도 많이 올라 만 원은 줘야 먹을 수 있다. 참 슬픈 일이다.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 순대국인데 이젠 그렇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듯 이다. 

 

그래도 아직은 손 든든하게 채워주는 가성비 좋은 음식임에 틀림없다. 국물까지 다 먹어야 제대로 순대국을 먹었다 할 수 있다. 그러면 오후 내내 뱃속이 꽉찬 느낌이 이어진다. 순대국은 의외로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여긴 좀 덜 넣은 것 같은 느낌이다. 옆 자리를 슬쩍 보니 미군으로 보이는 사람과 우리 군인이 함께 순대국을 먹고 있었다. 귀를 쫑긋하게 세우고 들어보니 대충 맛이 좋다고 하는 것 같았다. 미국 사람들 중에도 우리네 국밥을 좋아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 저 미군은 본국에 가서도 이집 순대국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는 음식이라는 점은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