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만 있다는 흑돼지 근고기는 말 그대로 돼지고기를 근 채로 파는 것이다. 한 근을 그대로 내오다 보니 당연히 익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기술적으로 잘 잘라야 한다. 그래서 근고기 집들은 대부분 손님이 직접 고기를 자르기 보다는 종업원들이 그 일을 해주게 된다. 이번 여행의 백미인 저녁 회식은 제주의 흑돼지를 근으로 먹는 근고기 집으로 정했고, 제일 유명하다는 중문으로 가기로 했다.
인터넷에서는 이집에 대하여 호불호가 갈리고 있었다. 맛있다는 사람과 불친절하고 비싸다는 폄하하는 내용이 참 신기하게도 비슷한 비율로 올라와 있었다. 어쨌든 우린 이 집으로 왔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산했다. 전화로는 예약도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정도로 한산하다면 굳이 예약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집의 돼지고기 두께만은 정말 처음 보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 정도의 양이 1kg이다. 그러니까 한 근 반이 넘는 양이긴 하다. 그런데 맛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이 양이 100,000원이다. 그것은 한우와도 거의 같은 가격의 돼지고기라는 말이다.
그래도 다들 일단 고기에 대한 기대를 하고 와서 인지 구워지는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다. 커다란 고기를 겉에서 익은 부위를 중심으로 갈라 나가다 보면 나중에 먹기 적당한 정도의 크기로 된다. 하지만 좀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사실이다. 과연 관광의 맛으로 볼 것인가 괜히 비싼 고기를 오래 기다린다는 현실적인 부분에서 평가를 할 것인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회식을 시작했고 술도 몇 잔씩 돌아갔다.
다 익는데 까지는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익은 고기를 상추쌈에 싸서 먹는 고전적 방법이나 이집만의 특별한 비법으로 만든다는 갈치액젓 같은 저 소스에 찍어 먹는 방법이나 기타 등등 알아서 맛나게 먹으면 된다. 육즙이 그대로 남아 있어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름 만족해 할 만한 상태의 고기였다. 술 안주로 저녁식사로 손색없는 맛이지만 값은 거의 호텔에서 먹는 스테이크와 맞먹는 것으로 정말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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