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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강릉을 자주 갔지만 물회 먹기는 이번이 처음, 강릉시 사천면 사천포구횟집

by jeff's spot story 2024. 2. 19.

동해안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는 강릉이다. 강릉은 먼곳 같지만 길이 좋아지면서 가까워진 도시다. 자주 놀러 가는 곳이지만 지난 1년 간 거의 다섯 번은 다녀 온 것 같다. 그만큼 익숙하지만 아직도 동해바다를 보러 간다면 마음 설레는 곳이기도 하다. 갑자기 가게 된 동해바다 여행지로는 역시 강릉이 최적인지라 경포대 부근의 숙소를 아무 생각없이 잡았다. 기억하고 있는 경포대 근처는 식당도 많고, 갈곳도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꼼꼼하게 챙기지 않은 실수를 제대로 알게 된 여행이었다. 우리가 잡은 숙소 근처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숙소 근처에 갈만한 식당도 없어 우린 1시간 정도 인근에 뭐가 있는지 찾아 다녔다. 적어도 술 한 잔 하려면 걸어서 갈만한 거리에 먹을 곳이 있어야 했다. 숙소가 경포대라고는 하지만 경포대 호수와는 거의 4~5Km나 떨어진 곳에 있기에 경포대와 반대 방향인 사천항 쪽으로 나갔다. 그렇게 어렵사리 발견한 집이 바로 이집이다. 사천포구라는 횟집이었는데 평소 먹어보지 못한 물회가 눈에 들어 왔다. 강릉을 그리 자주 왔지만 물회를 먹은 기억은 없었다. 이날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릉에서 물회에 도전하는 날이다. 


물회를 파는 곳이지만 여기도 횟집이다. 잠시 모듬회를 먹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역시 이날의 주인공은 물회여야 했다. 그래서 모듬회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물회를 주문했다. 식사로 먹는 물회라지만 술 한 잔 빠질 수 없어 소주도 주문했다. 이곳 사람들은 그렇게 먹는다고 한다. 주린 배를 채우면서 훌륭한 안주도 되는 것이 바로 물회라는 것이다. 물회는 비슷하게 흉내내서 파는 곳이 수도권에도 몇 군데 있지만 오리지널 물회와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 역시 현지에서 그곳 사람들이 평소 먹는 그 맛으로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 된다. 


물회 하나가 22,000원 이면 적잖은 가격이다. 둘이 먹으니 거의 소곱창을 구워먹는 만큼의 가격이 나왔다. 하지만 그런만큼 양은 푸짐했다. 그리고 포항에서 먹은 물회 이후로 가장 맛난 물회였다. 싹싹 입에 감기는 그 감칠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같이 나온 소면을 넣고, 밥도 넉넉하게 넣었다. 이렇게 재료를 넣은 후 마시듯 먹는 것이 물회의 묘미라 하겠다. 서울이나 포천에서는 먹어 본 적 없는 정말 내공있는 맛이었다. 이래서 값이 좀 나가도 사람들이 물회, 물회 하는가 보다. 그 의미를 이제야 알겠다. 


특히 밥을 말아 보니 포항이나 강릉사람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로 물회는 먹는다는 말이 실감났다. 우리에겐 그저 별식으로 먹는 안주같은 음식이지만 현지 사람들에겐 매일의 주린 배를 달래주는 귀한 밥이었던 것이다. 자연스러우면서 빠르게 허기를 달래고, 입에서도 달게 느껴지는 진정한 소울푸드 같았다. 뱃사람들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이런 식사라면 텅텅 빈 속을 훌륭하게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술 안주로 하기에 약간 너무 밥 같지만 그래도 이날 저녁은 모처럼 현지에서의 맛난 성찬을 받은 기분이라서 넘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