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갈 때면 거의 늘 남춘천역 근처에서 먹고 마시고 자곤한다. 춘천도 유명한 동네가 많지만 여기가 제일 편하고,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이날도 늘 가던 곳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섰다. 남춘천역 근처는 먹자골목이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템은 바로 간장게장이다. 여기서 10여 년 전 처음 안스게장을 알게 되었고, 그 뒤로 올 기회가 있으면 이집을 찾는 편이다. 시간이 가면서 메뉴나 가격은 조금 변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게장으로 저녁을 먹을 수 있기에 좋은 곳이다.
오랫만에 다시 찾은 안스게장은 이제 무한리필을 해주는 곳으로 변해 있었다. 우리야 양으로 먹는 편은 아니기에 그래도 분명 더 맛이 있으리라 예상되는 암꽃게장을 주문했다. 무한리필 집이 되어 그런지 젊은 손님들이 많은 편이었고, 남자 손님이 많았다. 게장을 무한으로 먹을 수 있다면 양 많은 사람들에겐 행운과도 같은 일이다. 일 인분에 25,900원이면 가격도 합리적이다. 우린 일 인분에 30,000원 하는 암꽃게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먼저 내어주는 것은 꽃게탕과 반찬들이다.
새우장도 있고, 생선구이도 하나 나온다. 잘 양념된 꽃게장을 김에 싸 먹기도 하고, 그냥 밥에 올려 먹기도 한다. 아예 게살을 많이 짜서 비빔밥으로 먹기도 한다. 알이 꽉 찬 꽃게장 껍데기에 밥을 넣어 먹는 재미도 좋다. 안스게장은 짜지 않고, 달지 않아 술안주로도 좋다. 꽃게탕을 먹으면서 게장을 먹으면 금새 밥 한 공기가 뚝딱이다. 진정한 밥 도둑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여기 오면 늘 과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날 보니까 이렇게 암꽃게 메뉴를 주문하는 것보다 그냥 무한리필로 먹는 편이 더 현명한 것 같다. 그거나 이거나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계란 후라이가 들어간 비빔밥용 그릇이 나오는데 거기에 게살을 짜서 넣고 김과 간장을 넣어 비비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맛있는 것 같다. 간장양념이 잘 밴 게살은 하얀 쌀밥과 참 잘 어울린다. 이런 조합을 꿀조합이라 하는 것 같다. 이런 좋은 안주에 술 한 잔 빠질 수 없어 소주도 주문했다. 제대로 된 거한 상을 받은 기분이 든다. 누가 뭐래도 이 시간은 참 행복한 순간이다. 꽃게장을 포장해서 가지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다음날 일정이 있어 참기로 했다.
결국 밥 한 공기를 더 주문하고 말았다. 또 과식이다. 이러지 않기로 했지만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늘 이런식이다.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먹는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느새 밥공기는 바닥을 드러낸다. 거 참 맛나단 말이지... 글쎄 게 비린내가 난다고 게장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맛난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의 진정한 맛 하나를 잃고 사는 것 아닐까 싶다. 이날도 즐거운 저녁이요, 맛난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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