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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진정한 시원한 해장 국물 끝판왕의 맛, 강원도 고성군 말랑이네집 복지리

by jeff's spot story 2024. 2. 18.

여행의 길고 긴 밤을 보내고 다음날이 되었다. 우린 이미 다음날 메뉴를 정해놓은 상태였는데 그것은 바로 '복지리'를 먹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복지리를 복매운탕보다 훨씬 더 좋아한다. 복은 역시 맑은 국물로 먹는 것이 진리라고 믿고 있다. 술도 많이 먹었고, 유흥의 시간도 길었던 간밤의 여독을 풀기에 이만한 것도 없으리라.  이집 역시 동생이 아주 잘 아는 집이라 했다. 이름이 하도 비범해서 왜 이런 이름을 쓰느냐고 묻고 싶었는데 하도 사장님이 바쁘게 움직이셔서 묻질 못했다. 아마도 가족과 관계된 뭔 사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난밤에 새벽 5시까지 음주가무를 즐긴 까닭에 거의 11시가 다 되어 일어나서 일행의 손에 끌리다시피 이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이런 심하게 무리한 술자리는 거의 몇 년 만인 것 같다. 암튼 우리는 예정대로 조금 시간이 지체되기는 했지만 예정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말랑이네는 간밤에 회를 먹었던 곳에서 한 두 집 건너편에 있는 곳으로 여기 오니 간밤의 즐거웠던 기억이 새록 새록 다시 피어 올랐다. 역시 여행은 먹는 것이 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나는 사실 복지리보다 생소한 도치알탕을 먹고 싶었지만 같이 간 동생이 이 복지리는 다른 곳에서는 먹기 힘든 것이라 강추를 하는 바람에 일단은 그 말을 듣기로 했다. 생소한 곳에 가면 역시 그곳을 잘 아는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다. 말랑이네는 일종의 백반집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반찬의 포스가 남달랐다. 나오는 가짓수도 많았고 반찬 하나 하나가 모두 집나간 입맛을 돌아오게 할 정도로 훌륭한 것이었다. 나는 특히 이북식으로 만들어 내오는 북어조림이 맘에 들었는데 어릴적 어머니께서 자주 해 주시던 음식이지만 서울 사람들은 오히려 잘 모르던 반찬이 바로 이것이었다. 짜고 달달한 그 북어 조림을 리필하여 다시 먹는 호사를 누렸다. 


간밤에 지인이 두고 간 낙지 젖갈과 맛난 반찬에 풍성하게 만들어 내온 복지리 탕이 앞에 있으니 어젯밤에 무리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다시 반주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핑계일까? 그렇게 다시 술잔을 마주 하고 시원하면서 담백하지만 너무나 진한 복지리탕을 안주로 반찬으로 우리의 다음날 일정이 다시 시작 되었다. 물론 포천에도 내가 자주 가는 복지리탕 집이 있다. 그곳도 훌륭하다. 하지만 이곳의 복지리와는 비교가 힘들 정도였다. 복이라는 생선이 가지고 있는 귀하고 몸값 비싼 그 느낌과 너무나 잘 어울릴 정도로 이곳의 복지리탕은 맑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만족스런 맛을 선사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우리는 7인분 같은 5인분의 복지리탕을 게걸스럽게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 댔다. 거기에 달달한 소주까지 흐미...


그저 맑는 국물이 전부인 이 음식은 그렇게 나의 고성에 대한 기억을 한단계 끌어 올렸다. "아 이곳에는 너무나 맛있는 복지리탕이 있다!" 이것이 나의 고백이었다. 나는 이집을 나오면서 다른 것은 몰라도 이곳의 국물은 한동안 내게 남아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만큼 이곳의 국물은 특별하면서 맛있는 최고의 반찬이었다. 우리는 이 국물을 기본으로 거진항 인근을 배부른 강아지처럼 어슬렁 거리며 돌아 다녔다. 여유있고 즐겁고 만족스러운 그 무엇인가를 느끼며 말이다. 한 달 전 쯤인간 남양주 진접의 코다리 집을 갔을 때 식당 한켠에 거진항을 커다란 사진으로 붙인 것을 본적이 있다. 나는 내가 이곳을 직접 찾아 오리라고는 당시엔 생각도 못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이 항구는 겨울의 찬 바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묘한 매력을 간직한 곳이다. 속초와 강릉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이곳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 아마도 같이 간 친구들 덕분인지도 모르겠지만 내 기억에 고성의 거진항은 이제부터 아주 자주 찾게 될 단골집 같은 곳이 되어 버렸다. 참 이상한 일이다. 단 만으로 하루만에 생전 처음보는 곳이 이렇게까지 친근하고 멋지게 보이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