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전 어디 가서 뭘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우연히 이 집을 알게 되었다. 선단동에서 동두천으로 이어지는 새로 난 도로도 있기 때문에 체감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지는 어릴적 친한 친구의 고향인 동두천에 이렇게 착한 가격의 국수집이 있다하니 어찌 가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동두천이 바로 옆에 있는 도시지만 평소 나도 일 년에 몇 번 못 가는 곳이다 보니 가까우면서도 먼 곳이 동두천이 아닌가 싶다. 그곳의 맛집인 이 집 어수정 국수집을 찾아 길을 나섰다.
동두천 지리는 잘 몰라도 이곳이 아주 번화가 아닌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초등학교가 있고 아파트가 밀집된 전형적이 주택가로 보였다. 하지만 나처럼 이집의 이름을 듣고 찾는 사람이 많은지 점심이 좀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가게 안은 제법 손님들이 많았다. 내가 요식업에 종사하지 않으니 도대체 원가가 얼마인지 잘은 모른다. 하지만 같은 잔치국수를 어디는 6~7천원에 팔고 여기는 4천 원에 판다면 누군가는 엄청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장사는 남겨야 하는 일인지라 시중 가격보다 훨씬 싸게 판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남을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다만 그 남는 폭이 영업적인 판단의 기준일까? 아무튼 이 집은 착한 가격의 국수집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인터넷으로 이집의 메뉴를 어느 정도는 파악을 하고 간터라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마눌의 잔치국수와 나의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대부분 저렴한 국수집을 가면 잔치국수보다 비빔국수가 값이 더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양념에 들어가는 여러 재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정도로 차이가 나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영업적인 전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거의 늘 그렇듯 이런 패턴으로 주문을 했다. 사실 집에서 만들어도 이런 비슷한 비주얼은 나올 수 있다. 다만 맛이 문제인데 우리의 이번 주말을 좌우 할 이집의 국수맛은 어떨까 참으로 기대가 됐다.
일반적인 소면을 사용하고 면의 탄력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나 기대한 양념도 이 정도라면 훌륭한 편이었다. 잔치국수는 누구나 아는 그 익숙함의 전형이었지만 비빔국수는 나름의 내공이 있는 맛이었다. 내가 먹는 내내 망향국수와 비슷하지만 값은 훨씬 저렴하다는 말을 마눌에게 했을 정도다. 그러고 보면 국수는 참 서민적이고 저렴한 음식이지만 맛은 냉면 만큼이나 내기 어려운 음식인 것 같다.
국수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은 이런 가성비가 훌륭한 집을 만나면 그 자체로 행운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착한 가격인 식당이 맛도 이 정도라면 이 즈음에서 동두천 사람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한다. 국수가 참 흔하디 흔하고 만들기 쉽다면 쉬운 음식이지만 이런 정도 맛을 내기가 그것도 돈 받고 팔면서 많은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집에 머리 숙여 감사의 예를 표하고 싶다. 거기에 조연으로 제 할일을 다한 만두의 역할도 박수 받아 마땅한 것이고 마눌이 따로 포장해서 싸온 닭발도 이집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는 아이템이었다.
휴일은 거의 늘 국수를 먹는다. 잔치국수이든 비빔국수이든 막국수든 짜장면이든 나의 경우는 거의 그렇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휴일에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감동 받고 올 수 있는 국수집은 많지 않다. 이런 식당이 집 근처에 있으면 아마도 나는 매 휴일에 진정한 단골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정도로 이집의 가성비는 참으로 훌륭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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