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에서 올라오는 길, 중간에 가던 길을 멈추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문경과 포천의 중간은 어디쯤일까? 우리는 여주에 들러 그 유명하다는 천서리 막국수를 먹기로 했다. 정확하게 중간쯤 되는 곳이기도 했다. 문경으로 가는 길이 화도가는 고속도로가 개통된 뒤로는 너무나 쾌적하고 빨랐다. 멀게만 느껴졌던 충주를 1시간 반이면 간다니 포천에서 수원가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다. 이러면 내륙으로의 여행이 오히려 기다려질 지경이다. 이날도 문경에서 여주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걸렸지만 여주에서 포천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처음 목표는 물론 천서리 막국수 본점이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동네가 조용했다. 그래서 뭔가 느낌이 쌔 했는데 역시나 천서리 막국수 본점의 휴일은 매주 화요일이란다. 이런 젠장... 하긴 미리 검색이라도 해보고 올 것을... 신중하지 못한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터덜 터덜 차를 돌려 나오다가 이집을 발견했다. 이 부근엔 막국수 집들이 많은 편인데 천서리막국수 본점을 따라 휴일인 집이 많았지만 이집은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름은 봉춘막국수이다. 사실 유명하는 먹거리 촌에 가면 맛이 다들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유명세가 조금 없을 뿐이지 실력은 비슷하다는 말이다.
그런 심정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물과 비빔막국수를 하나씩 주문했다. 작은 사이즈의 편육이 10,000원이라서 주문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다행인지 행운인지 이집은 막국수만 주문해도 편육을 다섯 개 정도 서비스로 준다. 솔직히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문해도 다 먹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맛보기를 준다면 이보다 더한 고마움은 없을 것이다. 가게 벽면에는 싱거울 경우 맛간장을 넣어 먹으라고 써 있다. 아마 손님들 테이블에 있는 간장을 지칭하는 말인가 보다. 그리고 뜨거운 엽차 같은 것을 주는데 당연히 면수인줄 알았더니 고기 육수였다. 냉면집에서나 보던 그 육수말이다.
비주얼만 보면 물막국수나 비빔막국수나 강렬한 양념의 맛이 느껴질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먹으면 전혀 아니다. 가게 벽에 붙어 있는 문구처럼 싱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분명 고추가루 왕창인데 어찌 이리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을까? 신기할 정도로 슴슴한 맛에 놀라게 된다. 물막국수의 국물은 뭐랄까 평양냉면의 그것과 비슷했다. 깊은 맛이 느껴지지만 처음 먹을 때는 적응이 쉽지 않아 보이는 그런 맛이다. 내공이 느껴지지만 옆에 있는 양념과 설탕, 겨자 같이 자극적인 무엇인가를 넣어야 할 것은 그런 맛이기도 하다.
면 역시 막국수라기 보다는 평양냉면에 더 가까운 그런 식감이었다. 부드러우면서 가는 식감은 냉면이나 소면을 닮았다. 물론 메밀의 알싸한 향은 살아 있다. 그러니 평소 먹어왔던 막국수들과는 분명 다른 맛이라 하겠다. 이상할 정도로 자꾸 손이 가고 별 맛이 느껴지지 않는 국물을 계속 들이키게 된다. 날이 추운데도 말이다. 여긴 분명 내공이 있는 집이 맞다. 이런 날씨에도 막국수를 먹겠다고 찾아온 나그네의 속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그런 실력있는 주인장의 식당이다. 이번에 천서리 막국수 본점 주변이 온통 막국수 촌이란 것을 알았으니 고속도로 개통 기념으로 몇 번 더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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