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거하게 걸치고 허리가 아프도록 잠을 잘 잤는데도 영 개운치 않은 아침이었다. 누군가 이런 아침엔 두부를 먹는 것이 좋단다. 하긴 두부가 소화도 잘되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그래도 뭔가 칼칼하면서 익숙한 해장이 더 좋을 것 같긴 했다. 어쨌든 우리는 숙소 근처의 이집으로 이동했다. 이름하여 두부고을이다. 밖에서 보면 업력이 좀 되어 보이는 비주얼이다. 두부와 항아리가 뭔 관계가 있는지 몰라도 가게 밖에 항아리들이 많았다. 여기가 장을 담그는 것은 아니겠지? 뭔가 의미가 있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두부고을은 기본적인 정식 메뉴로 얼큰이와 하얀이가 있다. 말 그대로 맵냐, 안 맵냐의 차이다. 칼칼한 해장은 생각났지만 맵질인 관계로 그냥 하얀애로 주문했다. 괜히 여기서 땀을 뻘뻘 흘리고 싶지는 않았다. 두부정식의 가격이 15,000원 이면 좀 비싼편이 아니냐고 말을 하고 있었는데 주인장이 지나다 그 말을 듣고, 이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란다. 요즘 선지해장국 한 그릇도 만 원은 하지 않느냐면서 말이다. 하긴 그 말도 맞긴하다. 최근 물가를 생각해 보면 어디가도 만 원에 밥 한 그릇 맘편하게 먹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긴 하다. 참 서민들이 힘든 시기다.
이집의 두부정식은 감자로 만든 것 같은 동그랑땡과 두부위에 깨소스를 뿌려주는 것, 그리고 아주 부드러운 연두부를 스프처럼 먹는 것, 양상추 샐러드와 특이하게도 간장게장이 나온다. 그리고 하얀두부는 순두부를 뽀얀 국물과 함께 주는 것이고, 매운 두부정식은 분식집에서 볼 수 있는 고추가루 양념의 순두부처럼 나온다. 밥은 솥밥인데 나중에 솥에 물을 부어 숭늉과 누룽지를 먹을 수 있다. 구성은 알찬 편이다. 이렇게 보면 또 그 가격이 비싸단 말을 하긴 좀 그렇기도 하다. 반찬이 정갈하고 깔끔한 편이고, 간이 그렇게 세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간장게장이 아주 훌륭한 맛이다 하긴 좀 모자란 감도 있긴 했지만 여기서 만나니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반찬 중에 으뜸이 간장게장이 아니던가? 그런데 일행 중에는 비린내 난다고 아예 손을 대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간장게장의 절반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돌아오게 되었다는 흐흐... 간장게장만으로도 밥을 먹을 수 있지만 부드러운 순두부와 반찬을 함께 먹는 것도 아침으로, 해장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런 구성이라면 해장이라도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달랑무 김치가 맛이 좋아 몇 번을 리필을 했다. 김치가 맛난 집이 전체적으로 실력이 좋은 것 아니겠는가?
사실 간장게장만 전문점처럼 맛났더라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다. 갓지은 조밥이랑 게딱지에 넣고 비벼 먹는 게장밥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전체적으로 부담스럽지 않고, 아침에 먹어도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밥상이었다. 해장이라 하기에 약간 간이 더 필요하긴 했지만, 너무 양념을 세게 먹으면 아침부터 부담스럽지 않은가... 가끔은 이렇게 집에서 먹는 것같은 해장도 필요하다. 건강한 아침상을 먹었으니 이제 일어나 집으로 가야지... 그나저나 용인, 아니 여기 동탄에서 포천은 참 멀기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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