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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하게 차려주는 상처럼 먹는 밥상으로 기분좋은 점심, 양주시 부흥로 양주 장수손두부

맛있고 행복한 곳...

by jeff's spot story 2025. 12. 2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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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소흡읍과 양주의 고읍이 가까운 편이라 가끔 넘어가서 외식을 하고 온다. 우리가 주로 가는 집은 최고집 바지락 칼국수 지만 이날은 가다가 우연히 이집을 발견했다. '장수손두부' 라는 집이다. 이집의 자리도 식당이 계속 바뀌는 곳 중에 하나이다. 중국집도 있었고, 해장국 집도 있었다. 넓직한 주차장과 도로에서 잘 보이는 노출도 등으로 아주 좋은 위치의 식당자리임에도 자꾸 주인이 바뀌어 왔다.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월세가 비싸던지, 솜씨가 부족했던지... 그러다 지금의 장수 손두부라는 집이 된 것인데 밖에서 봤을 때는 보리밥 집처럼 밥에 나물들을 비벼먹는 방식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비빔밥을 먹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보리밥 집과는 분명 다른 뭔가가 있는 곳이다. 가만히 보니 백반집처럼 반찬이 아주 많이 나오는데 그냥 손두부만 먹으면 일 인분에 10,000원이다. 가성비는 괜찮은 편이다. 반찬도 눈치 볼 필요없이 손님들이 갖다 먹으면 된다. 우리처럼 청국장을 주문할 경우 11,000원이다. 전체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인데 이상하게도 고등어 구이는 16,000원이다. 갑자기 비싸지는 이유가 뭐지? 조기구이는 11,000원인데 말이다. 어떤 기준으로 가격을 정한 것인지 좀 의아한 부분인데 아무튼 전체적으로는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10,000원 짜리 손두부도 솥밥이 나온다. 이런 점은 아주 감사한 일이다. 솥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혜자스러운 곳이라 하겠다. 손두부도 넉넉하게 나오는데 일반적인 손두부보다는 좀 진득한 맛이 난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좀 더 진한 맛이 났다. 그렇지만 역시 압권은 반찬들이다. 14~15개 정도 되는 반찬들이 나온다. 이런 푸짐한 밥상을 얼마만에 받아 보는 것일까? 뭔가 일을 잘했다고 상처럼 받는 밥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구성의 반찬이라면 다른 뭐가 더 필요없다. 전체적으로 간이 센 편이고, 젖갈이 들어간 느낌이라 전라도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맞는지 모르겠지만...

 

특히 반찬 중에서도 여러 종류의 나물이 맘에 들었다. 야들 야들하고 부드러운 나물들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간 제대로 된 한국식 반찬이라 하겠다. 고슬 고슬한 밥에 나물만 있어도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은 맛이다. 이날 먹은 청국장은 아주 진한 맛이 났는데 나물과 청국장의 조화는 무척이나 강한 것이었다. 이런 좋은 반찬을 고추장을 푹 넣고 비벼 먹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들 비비지 않고, 반찬 그대로 밥과 먹는 모양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시간이 좀 늦은 편인데도 손님들이 꽤나 많았다. 다들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집에서 상처럼 받는 이런 밥상이 그리웠을 것이다.

 

솥밥의 완성은 물을 부어 만든 누룽지라 하겠다. 구수하고, 부드러우면서 깊은 쌀맛이 나는 누룽지야 말로 한국인의 음식이라 하겠다. 누룽지에는 잘 익은 김치만 있어도 되지만 이집엔 워낙 많은 반찬이 있기 때문에 선택에 고민이 될 정도였다. 저녁에 와서 이런 밥상에 술 한 잔하고 싶은데 이집은 밥집이라 그런지 일찍 문을 닫는 편이었다. 일하는 사람도 꽤 많은 편으로 이 정도 반찬을 유지하려면 노력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 그동안 이자리에 있던 많은 식당들 중에는 이집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인근의 비슷한 음식을 파는 식당들은 긴장을 해야 할 것 같다. 가성비에서, 맛에서 참 훌륭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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