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여론조사에서 직장인들이 가장 먹고 싶은 점심식사 메뉴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1위가 김치찌개였다는 결과를 본적이 있다. 왜 한국 사람들은 집에서도 그렇게 자주 먹는 김치찌개를 굳이 나와서까지 그렇게 먹으려고 하는 것일까? 아마도 늘 먹어왔기 때문에 가장 익숙하고 자연스러우면서 그렇지만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항상 먹고 싶은 음식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군내면에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이집을 보게 되었는데 일행의 말에 따르면 간판이 너무 직관적이고, 촌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식당이 과연 맛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약간의 우려가 있었다.
용정오거리 부근에 있는 이집의 이름은 정말 그냥 김치찌개 전문점이다. 이것이 진정한 이집의 상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커다란 간판에 가릴 것도 없이 그냥 직관적으로 쓰여 있다. 개인적으로 역시 김치찌개를 점심 식사 1호 메뉴로 답하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커다란 식당 안에는 이미 아재로 추정되는 많은 손님들이 있었다. 젊은 여자 손님은 없었다. 이 식당의 성향이 이런 것일까? 아무튼 넓디 넓은 홀과 주방을 단 두 명이서 커버하고 있었다. 아마도 주방에 있는 한 명이 주인장인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래도 음식이 나오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계란 후라이를 손님이 직접 해서 먹는 방식인데 몇 개를 먹던지 그냥 알아서 하는 것이다. 이런 것도 셀프라 할 수 있지만 기분 좋은 셀프 서비스인 셈이다. 알아서 만든 계란 후라이와 반찬을 알맞게 덜어 오고 주메뉴인 김치찌개를 기다리면 된다. 우리는 돼지 김치찌개를 주문했지만 여기는 김치찌개 전문점 답게 고등어와 참치, 꽁치를 넣은 김치찌개도 주문할 수 있다. 일종의 옵션인 셈이다. 돼지고기는 생고기를 넣는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손님들은 거의 대부분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를 선택하고 있었다. 우리를 포함해서 말이다.
인심이 어찌나 후한지 김치찌개가 나온 다음에 보니 이것이 김치찌개인지 돼지고기 찌개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돼지고기가 아주 많이 들어 있었다. 평소에 돼지고기를 잘 먹지 못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아주 흡족하게 충분히 흡입할 수 있다. 이상하게 어디에도 라면사리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물어 보니 있긴 하단다. 근데 왜 메뉴판에 없지? 아무튼 라면사리는 2,000원이다. 김치찌개의 국룰 중에 하나가 집에선 안 그러지만 밖에서 먹을 때는 항상 라면사리를 넣어 끓인다는 것이다. 국물이 조금 탁해지면서 더 진하고 걸죽하게 변하기 때문에 맛이 좋아진다. 물론 라면도 맛나고 말이다.
한동안 끓여주면 드디어 아주 먹기 좋은 김치찌개가 완성된다. 라면 떠 먹으랴, 고기 씹어 먹으랴, 국물 마시랴 정신이 없지만 너무나 입에 착 붙는 맛이다. 바로 이것이 한국인의 소울 푸드 점심이 아니겠는가? 아껴두었던 계란 후라이를 김치국물과 밥에 함께 넣어 노른자를 터트려 먹으면 정말이지 다른 말로는 표현이 어려운 천상의 맛이 된다. 아 이러면 과식하게 되는데... 여긴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어느덧 밥 한 그릇을 더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모두들 이미 그러고 있는 것 같다. 진하고, 익숙하면서 푸짐한 김치찌개 전문점 맞다. 직관적인 간판이 오히려 신뢰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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