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 중국요리 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누구나 너무나 잘 아는 우리네 음식이 된 짜장면과 짬뽕은 어쩌면 중국에는 없는 한국적인 중국음식이다. 이름은 우리 것이 아니지만 음식은 우리 것이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인데 하루에 소비되는 짜장면이 700만 그릇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이라 잡으면 7명 중 한 명이 짜장면을 먹고 있다는 말이다. 대단한 양이다. 오늘도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는 수백만명이 짜장면 그릇을 잡고 행복한 식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은 우리도 그들 중 하나였다.
군내면 용정5거리 부근에 있는 이집은 얼마 전까지 여성회관 근처에서 장사를 했던 곳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여 다시 문을 열었다. 들리는 소문에는 장사가 잘 되어 건물주가 내보내고 그 자리에서 자신이 장사를 하려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이집이 장사가 꽤나 되던 집은 맞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예전의 자리보다 훨씬 고급지고, 방도 많고, 실내도 아늑한 것이 전보다 훨씬 괜찮은 분위기였다. 이러면 아마도 더 장사가 잘 되지 않을까 싶다.
점심을 먹기 위해 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차돌짬뽕과 간짜장을 주문했다. 요즘은 짬뽕에 해물을 많이 넣거나 이렇게 차돌박이를 넣어 수준을 업그레이드 한 것이 유행이다.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냥 짜장면보다 항상 간짜장면을 먹는 편이다. 노멀한 짜장면이 좀 더 부드럽고, 모이스쳐 하다면 간짜장은 꾸덕하지만 양념의 맛이 강하고, 재료들이 살아 있어 식감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거야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선택이긴 하다. 특이한 것은 간짜장의 소스 위에 하얀 삶은 오징어들이 얹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비주얼은 또 처음이네...
그리고 정겨운 느낌이 드는 완두콩이 예닐곱게 있었다. 이런 구성은 아주 오래 전에나 봤던 것이다. 추억을 불러오는 그런 비주얼이다. 짜장은 일단 빨리 비벼야 한다. 어느 정도 비벼놓고 나서 먹는 것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된다. 이집의 간짜장은 물기가 적당하여 비비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기름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들어 있었다. 기름 코팅된 면이 점점 검게 변하면서 식욕을 자극했다. 냄새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역시나 짜장을 먹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 같았다. 이날 우리도 하루 700만 그릇 소비라는 짜장면의 팬들인 것이다.
고추가루를 적당히 뿌려주고 먹기 시작했다. 역시나 입안을 가득 메우는 양념의 맛과 찰진 면의 조합이 아주 훌륭했다. 몸 전체가 반응할 만큼의 자극적인 맛이다. 적당한 자극과 기름기가 속을 채우면 아무래도 오후 내내 든든해진다.밀가루 면이 몸에 좋네, 안 좋네 말들이 많지만 입에선 어찌나 부드럽고, 쫀득한지... 짜장면을 먹으면 아무래도 약간 일탈의 묘한 기분도 있다. 너무 오랫동안 먹어 온 익숙한 음식이지만 아직도 처음 짜장면을 받아 들면 참기 힘든 흥분이 있는 것은 왜일까? 그만큼 짜장면은 영혼의 음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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