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있고 행복한 곳...

산지에서 싱싱하고 푸짐하게 생선구이 한 상 먹고 싶다. 강릉시 주문진읍 선화네

by jeff's spot story 2024. 12. 28.

동해안의 많은 지역 중에서 주문진은 우리가 자주 갔던 곳이다. 처음 여행이라고 차를 몰고 갔던 곳도 주문진이었고, 재미있고 즐거운 추억도 많은 곳이 여기다. 강릉시에 속해 있지만 다른 지역처럼 느껴지는 것은 주문진이라는 고유명사 때문일 것이다. 속초의 대포항처럼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이름이 된 것 같다. 겨울 주문진은 여름보다는 아무래도 찾는 사람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물을 사기 위해 외지에서 많이 오는 곳 중 하나다. 생선회를 먹고 싶었지만 이런 것도 유행인지 여긴 모듬회 식으로 대중소 이렇게 구분하여 파는 집이 많은데 가격이 결코 싸지 않았다. 

 

그리고 계절이 계절인지라 대게나 홍게를 먹는 손님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린 그것도 별로고, 가격이 비싼 것도 별루라서 주문진항 근처를 한 바퀴 돌면서 어딜 갈 것인지 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걷다가 이집을 발견했다. 이름은 선화네이다. 생선구이가 전문인 곳이고, 주문진항의 다른 집들처럼 손님이 홍게나 대게를 사오면 상차림비를 받고 게를 쪄주는 곳이다. 이런 영업방식도 좀 독특한 것이다. 게를 자신들이 파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산 뒤 쪄주는 집이 있다는 것 말이다. 우리야 게에는 큰 관심이 없기에 이집의 전문이라는 생선구이 정식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소주 한 잔하려고 냉장고를 봤더니 생소한 이름의 소주가 눈에 띄였다. 동해 밤바다 라는 소주였다. 여수 밤바다는 익숙하지만 동해 밤바다라니... 병이 예쁘고 세련된 보여 주문했는데 가격이 일반 소주보다 조금 비싼 6,000원 이었다. 그래도 먹어보니 천 원을 더 준 값은 했다. 생선구이는 네 종류가 나왔는데 가자미, 고등어, 임연수, 열기라는 고기였다. 모두 말린 생선이라 독특한 식감이 아주 좋았다. 역시 생선은 말려서 먹어야 감칠맛이 더 한 법이다. 손이 많이 가서 그렇지 웬만하면 이렇게 반건조 생선을 구워야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생선회는 비싼 편이지만 생선구이는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그리고 푸짐하게 구워진 생선도 양이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 잘 구워진 생선은 맛이 깊이 든 김치와 한 입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어릴적에도 이런 식으로 많이 먹었다. 김치나 생선이나 다 맛이 있어야 하지만 밥도 중요하다. 고슬고슬한 쌀밥이 필요하다. 거기에 소주 한 잔이면 정말 제대로 된 현지의 식사라 하겠다. 주문진도 예전만 못하다는 말들이 나온다고 한다. 하긴 요즘같은 혼란한 시기에 어딘들 제대로 장사가 될까? 그래도 다들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들 환한 미소를 되찾았으면 한다. 

 

생선만으로 저녁만찬을 먹기가 좀 그래서 남들한 것 중 한 가지만 따라 하기로 했는데 15,000원 하는 홍게라면을 주문한 것이다. 홍게 한 두 마리가 들어가는 그냥 라면인데 생선과 밥을 위주로 먹고 있으니 이런 국물도 필요할 것이다. 홍게라면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바로 그 맛이다. 새우탕면이라는 라면에 있는 것처럼 큼직한 새우도 들어간 시원한 국물의 해물라면이다. 홍게야 살이 많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국물에 들어간 홍게살이 아주 훌륭했다. 라면은 어디서나 진리라는 말이 다시금 생각나는 순간이다. 우린 이게 과연 무슨 라면일까로 토론을 하기도 했다. 아마 안성탕면인 것 같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푸짐하고 맛난 우리의 저녁 회식이 라면과 함께 마무리 되었다. 참 잘 먹었다. 배가 너무 불러 우린 다시 주문진항 근처를 한 시간 정도 걸었다. 건조주의보가 발령 중이라는 동해안은 저녁이 되어도 그렇게 막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쾌적했다. 어느 해인가 강릉에 너무 눈이 많이 와서 비상이 걸리고 도시가 마비된 적이 있다는데 올 해는 전혀 아니다. 아직 겨울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올 겨울 동해안은 오히려 겨울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환경이다. 대한민국이 작은 것 같아도 이렇게 지역적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 좋은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