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회식을 하려면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우선 이 인원이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충분한가를 먼저 봐야하고, 가게 분위기가 회식과 어울리는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주차장이나 음식의 메뉴도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모두 충족되면 다음은 가성비도 봐야 한다. 이날 우리는 이런 회식 분위기에 잘맞는 이집을 가게 되었다. 군내면 포천일고 입구에 있는 미향이라는 횟집이다. 몇 년 전 여기에서 코다리찜을 팔 때 한 번 온적이 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메뉴 구성이었다. 같은 주인인지는 몰라도 가게 이름은 그대로지만 완전히 다른 집으로 바뀌었다.
가격이 저렴하다 할 순 없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아니다. 적당한, 합리적인 가격이라 하겠다. 별도의 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회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이만한 곳이 없지 싶다. 솔직히 얻어 먹는 입장이라 어떤 메뉴를 주문했는지는 잘 모른다. 아마도 모듬회와 참치회를 주문한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참치회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런 취향을 고려하여 주문해 주었다는 말을 들었다. 참 고마운 일이다. 배려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신경을 써 준 것이라 하겠다. 회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밑반찬도 넉넉하게 나왔다. 다양한 반찬을 먹기 위해 횟집에 간다는 사람도 있긴 하다.
반찬 중에 압권은 역시 싱싱한 전복과 멍게였다. 이 계절에 더 맛이 오르는 해산물들이다. 거기에 싱싱한 굴까지 합류하니 회가 기다려지지 않는다. 이미 맘은 부자가 되어 있었고, 술도 술술 들어갔다. 제대로 된 회식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횟집이 좋은 이유 중에 뭔가를 끓이거나 굽거나 할 필요 없이 내어주는대로 먹기만 하면 된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음식이 식을까봐 빨리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것 저것 집어 먹다 보면 정작 메인디쉬인 회가 나왔을 때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점은 단점이라 해야 할 것이다. 새로 인테리어를 바꾸고 횟집이 되면서 이런 컨셉을 준비한 모양이다. 고급진 회식 분위기 말이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회가 나왔다. 모듬회였는데 우럭이 아주 맛이 좋았다. 특이한 것은 아귀를 튀김으로 내어 준 것이다. 아귀튀김이라는 음식은 전에 먹어 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시사모를 포함하여 생선구이도 괜찮았다. 전체적으로 회에만 집중한 구성은 분명 아니다. 만일 회를 양으로 때려 먹는 스타일인 사람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런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의 횟집이 아니라 반찬이고 다른 구성이고 없이 그냥 회만 드립다 먹는 시장형 횟집이 어울릴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만족스러웠다. 회식에서 이렇게 많은 음식을 먹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고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있을 만큼 젖가락을 재빨리 움직였다.
옆 테이블의 참치를 넉넉하게 먹고 싶었지만 워낙 몇 점 안 되다 보니 눈치껏 먹어야 했다. 그리고 회요리의 완성은 역시 맛난 매운탕이다. 가장 한국적인 구성이라 하겠다. 마지막에 매콤한 국물로 마무리하는 것 말이다. 회를 먹을 때는 전혀 밥생각이 없다가 매운탕 국물을 보면 약간의 밥이 필요하다. 밥을 국물에 넣은 뒤 위에 시큼한 김치를 얹어 먹는 것이야 말로 회코스의 가장 만족스러운 대미이다. 안주로도 그만이다. 매운탕이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것이 밥을 말아 먹기에 더없이 훌륭했다. 이렇게 두 어 시간의 회식이 마무리되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회식은 분위기가 절반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집의 분위기는 회식 최적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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