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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진한 소고기 국밥으로 허전한 속을 든든하게 달래준다. 동해시 동굴로 경성한우국밥 동해천곡점

by jeff's spot story 2024. 12. 25.

전날 엄청 과음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침은 챙겨 먹어야겠기에 숙소 근처에 갈만한 해장국집이 있는지 검색을 했다. 그러다 여기다 싶은 집을 찾아 갔는데 그곳은 옛날식으로 만든 좌식의 식당이었다. 아침부터 쭈그리고 앉는 것이 싫어 그냥 나오고 말았다. 숙박업소가 엄청 많은 동해시의 유명한 관광지이니 분명 갈만한 집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차를 타고 동네를 돌았다. 그러다 이집을 발견했다. 비록 체인점이긴 하지만 뭔가 모를 포스가 느껴지는 소고기국밥집이었다. 이름은 경성한우국밥이라는 곳이다. 근처에 다른 선지해장국 집도 있었지만 이집이 더 끌려서 여기로 갔다. 

 

지역이 동해시인데 식당이름이 경성이라 좀 이상하긴 했지만 들어가보니 포스가 느껴지는 집이었다. 우리는 선지해장국과 한우설렁탕을 주문했다. 아침부터 매운 국물은 자신이 없었기에 맑은 국물이 뭐냐고 물어보고 주문했다. 9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한 팀 정도만 있었다. 그런데 그 팀은 그 시간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강적들이다. 해장을 하러 왔다가 국물이 너무 좋아 다시 술을 시작했을까?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 시간은 범접하기 어려운 법인데 대단하다. 잠시 기다리니 우리의 음식이 나왔다. 설렁탕은 우리가 흔히 아는 바로 뽀얀 국물의 국밥이다. 

 

선지해장국도 우리 자주 먹어왔던 바로 그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구성이지만 이런 기본에 충실한 맛이 또한 좋은 것이다. 설렁탕에 특이한 점은 소면이 아니라 굵은 당면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당면을 넣어주는 설렁탕은 보기 힘든 구성이다. 하지만 이것도 또 한 나쁘지 않았다. 아니 특별한 맛이 나는 것이 더 좋았다. 마치 육개장을 맑은 국물로 먹는 느낌이랄까? 대파는 미리 넣어져서 나왔다. 만일 파에 진심인 사람이라면 파를 더 달라고 해야 할 것이다. 국물은 잡내가 거의 없는 담백한 맛이었다. 만일 소고기 특유의 진하고 꼬릿한 맛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싱겁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설렁탕에는 값에 비해 꽤나 많은 고기 건더기가 들어 있었다. 정말 튼실한 구성이다. 동해시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물가가 좀 다른 지역에 비해 싸다는 생각이다. 이 가격에 이렇게 푸짐한 국밥을 만나기가 다른 지역에선 쉽지 않다. 물론 대전이나 군산도 물가가 싸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말이다. 선지해장국의 선지도 신선한 것이라 맛이 고소하고 좋았다. 신선한 선지의 맛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별 것 아닌 식재료라 할 수도 있지만 서민들에게 영양과 맛을 선사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선지와 우거지만 있으면 완성되는 선지해장국도 참 자주 먹었던 해장국이다. 

 

잘 삶아진 양지고기에 김치나 깍뚜기를 얹어 먹는 맛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바로 그 맛이다. 구수하고 진한 국물의 국밥 한 그릇이면 왕후장상의 밥상이 부럽지 않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먹을 수록 더욱 집중하여 먹게 된다. 마치 국밥 그릇으로 들어갈 기세다. 우리는 거의 늘 이런 자세로 국밥을 대하지 않던가? 마치 수행자의 전념하는 모습이라 하겠다. 국에 밥을 말아 먹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뿐이라니 우리가 바로 수행자가 맞긴 하다. 아침을 이렇게 거하고, 든든하게 먹으면 아무래도 하루가 든든하다. 그래서 국밥을 찾게 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