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만나는 예전 정통 중국집 맛의 짜장면과 짬뽕, 포천시 소흘읍 육해공 짬뽕

소흘읍 고모리 쪽으로 방문자들이 늘면서 부쩍 식당이나 카페도 많이 생겼다.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이 많아지니 장사가 잘 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고모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근처엔 사업체들이 많아 구내식당처럼 음식을 파는 집들도 많다. 경기가 안 좋다고들 하지만 포천에서 소흘읍만큼 공장이나 사업장이 많은 곳도 없기 때문에 이들을 겨냥한 영업장도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에 이 근처에 새로 중국집이 몇 개 생겼다. 이날은 고모리에 갔다가 그 중에 한 집을 가기로 했다. 리뷰가 많고 좋은 집이라 선택했는데 저녁 무렵인데도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처음엔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앉아서 음식을 기다리다 보니 배달과 포장손님이 엄청 많았다. 위치가 위치다 보니 사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와서 먹기 보다는 사가지고 가거나 배달을 시키는 것 같았다. 아무튼 우리는 해물쟁반짜장과 새우볶음밥 그리고 팔보채를 주문했다. 중국집에서 먹는 고량주도 빼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짜장면이나 볶음밥 보다 팔보채가 가장 먼저 나왔다. 원래 중국요리집에서 코스로 주문하면 이렇게 요리가 먼저 나오고 나중에 식사를 하라고 짜장이나 짬뽕이 나오는 법이다. 그런데 주문을 하고 생각해 보니 이집의 상호가 육해공 짬뽕인데 우린 정작 짬뽕은 주문하지 않았다. 

 

팔보채는 재료 본연의 비주얼이 살아 있었는데 아마도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양념이 세보이지 않아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먹어보니 아니었다. 재료의 맛이 살아 있는 제대로 된 팔보채였다. 우린 이렇게 양념한 해물을 좋아하는데 이집의 팔보채는 정말 괜찮았다. 양장피를 주문할까 팔보채를 주문할까 망설이다 한 선택인데 아주 잘 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었다. 비슷하게 해물이 들어간 유산슬보다 팔보채가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어 더 좋아하는 편이다. 알싸한 고량주와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기대 이상의 만족을 불러 왔다. 

 

새우볶음밥은 무려 12,000원이나 하는 몸값이 비싼 메뉴였다. 고슬한 밥과 역시나 신선해 보이는 새우가 듬뿍 들어간 중국집의 상징과도 같은 웍질을 통해 나온 제대로 된 볶음밥이었다. 우리는 짜장이냐 짬뽕이냐의 선택만큼이나 짜장이냐 볶음밥이냐를 놓고도 참 고민을 많이 했다.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국집에 오면 다른 것은 안 시키고 꼭 볶음밥만 고집하는 친구가 있게 마련이다. 비슷한 음식같지만 사실 볶음밥은 주방장의 실력이나 경력에 따라 아주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되곤 한다. 이집의 볶음밥은 고슬한 밥알이 잘 살아 있는 제대로 된 것이었다. 

 

대망의 짜장면은 글쎄 뭐라고 할까? 오랫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옛날 맛의 진한 짜장면이었다. 특이한 것은 면이 쫄면처럼 가늘다는 것인데 가는 면에 양념이 듬뿍 배어 들어 한 젖가락을 먹을 때마다 짜장의 진한 향과 맛이 그대로 입안에 전달되었다. 이런 감동적인 짜장면은 참 반갑고, 고마운 법이다. 해물도 제법 많이 들어갔고, 그리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 입에 착 붙는 것이 그저 맛있다는 말이 주문처럼 나오게 만드는 한 그릇이었다. 이렇게 내 돈 내고 사먹지만 맛이 좋으면 기분이 좋고, 행복한 느낌마저 든다. 이집을 선택하기를 잘했다고 우리 스스로 만족해 하면서 그렇게 맛나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