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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진한 국물의 정체가 과연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는 식당을 가다. 포천시 포천동 홍칼국수

by jeff's spot story 2024. 9. 24.

주변에 칼국수 집이 생기면 일단 관심을 갖게 된다.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칼국수 국물을 뭘로 우려내는 곳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바지락 칼국수를 제일 좋아하지만 홍두깨 칼국수처럼 진한 사골국물로 우려낸 국물도 꽤나 즐기는 편이다. 호병골 입구 부근에 새로 생긴 칼국수 집이 있다. 이름은 홍 칼국수이다. 밖에서 보면 과거 학사 주점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데 점심에도 장사를 하는 식당이다. 상호처럼 이집의 주력 메뉴는 칼국수이다. 하지만 어떤 재료로 국물을 만드는지는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 해물이나 사골이나 이런 평범한 국물은 아니지 않을까 싶은 곳이었다.

 

상호가 칼국수라 밤에도 같은 메뉴만 파는 줄 알았는데 들어가보니 밤에는 정말 주점으로 운영을 한단다. 그래서 밤에 파는 메뉴는 매운 쭈꾸미와 닭발, 오뎅탕 같은 안주가 추가 된다. 그래 막상 들어가니 정말 식당이라기 보다는 주점이라 부르는 편이 나을 집이었다. 과거에도 여기가 식당이었던 것 같은데 뭘 팔던 곳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호병골 입구에 있어 인근에 제법 식당이 많은 편이다. 이런 주변 환경에서 맛집으로 살아 남으려면 뭔가 필살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는 칼국수와 만두칼국수를 주문하고 앉아서 기다렸다. 

 

칼국수와 만두 칼국수의 가격 차이는 천 원이다. 만두 칼국수는 정말 만두가 딱 하나 더 들어 있었다. 조금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메뉴 이름 그대로 만두가 떡 하니 하나 들어간 칼국수였기 때문이다. 참 직관적이네... 드디어 대망의 국물을 먹어 보았다. 비주얼만 봐서는 디포리나 멸치, 황태 같은 어물류로 만든 국물 같았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아~ 이게 뭔 재료로 만든거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참 묘한 맛이었다. 분명 어패류가 들어간 것은 맞지만 뭔가 다른 이질적인 재료도 분명 들어간 맛이 나기 때문이다. 참 신기한 국물 맛이었다. 이런 국물을 다른 곳에서 먹어본 적 없는거 같은데...

 

칼국수 가격 9,000원에 소고기 고명이 튼실하게 들어가 있고, 면도 국물과 잘 어울리는 쫄깃한 식감이었다. 전체적으로 조화가 잘 맞는 맛있는 칼국수라고 인정하게 된다. 처음엔 김치가 좀 자극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이 국물의 칼국수와 김치도 신기하게 잘 어울렸다. 이것까지 예측하여 김치를 만들었을까? 계란을 풀어 넣어 계란탕 비슷한 식감도 있고, 당근과 호박, 양파도 많이 들어가 씹는 맛도 괜찮았다. 오묘한 국물 맛 때문인지 더운 날임에도 자꾸 국물로 숟가락이 갔다. 분위기는 주점같지만 역시 여기는 칼국수 맛집이 맞는 것 같다. 

 

우리가 먹는 동안 주인장이 나와 국물맛이 어떠냐고 물어 보았다. 맛있다고 했더니 사골과 황태와 감자인가를 넣어 만든 복합 국물이란다. 이런 조합의 국물이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들 것이라고도 했다. 과연 내가 느낀 맛이 맞았다. 뭔가 이질적이면서 조화가 잘 되는 그런 국물이 맞았다. 주인장의 실력이 이 정도라면 밤에 와서 매운 닭발이나 쭈꾸미도 한 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은 식당의 에어컨이 고장나서 좀 덥게 먹게 되었지만 입에 착 붙는 국물 때문에 덥다는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칼국수의 세계는 참 넓고 깊구나!' 싶은 겸허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