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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코스대로 가야 하는 2차라면 여기서 끝내는 것이 좋을 듯, 포천시 소흘읍 감성포차 송우리945

by jeff's spot story 2024. 9. 23.

이날은 1차 돼지갈비 집에서 너무 과하게 술이며 고기며 즐기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2차 자리는 엄청 힘든 고난의 자리였다. 막상 갈비집을 나올 때는 그렇게까지 취하줄 몰랐다. 하지만 자리를 잡고 앉으니 하늘이 빙빙 도는 것이 '여기가 어디인고?' 하는 생각이 마구 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나이를 먹으면서 술도 약해지는 것 같다. 갈비집에서 도보로 이동하여 약 5분 정도 간 곳에 이집이 있다. 여긴 지금의 감성포차라는 이름의 술집을 하기 전에도 다른 이름의 포차였다. 그러니까 주인과 상호만 바뀌고 그냥 계속 포차인 곳이다. 상가 자리도 그런 맥이 있을까? 옷 장사하던 곳은 계속 옷을 팔고, 음식을 팔던 곳은 계속 음식을 팔고, 술 팔던 곳은 술을 팔고...

 

처음엔 여기도 체인점 술집인줄 알았다. 하지만 상호를 보니 송우리945 란다. 945가 혹 여기 번지수일까? 사실 이렇게 선선해진 저녁 날씨를 감안하면 2차에선 시원한 생맥주를 한 잔하면서 마무리 하는 것이 좋겠지만 워낙 소주로 단련된 1차 자리 때문에 우린 계속 그 분위기를 살리기로 했다. 갈비를 먹었으니 다음엔 국물로 안주를 하는 것이 제일일 것이다. 그래서 주문한 것은 술만 취하면 자꾸 먹고 싶고, 집에 가도 해달라고 칭얼거리는 꽁치 김치찌개였다. 어릴적 추억 때문인지 김치찌개는 꽁치를 넣은 것이 제일이 아닌가 싶다. 

 

이거야 말로 뭐 별거 없다. 그냥 잘 익은 김치에 꽁치 통조림을 따서 넣으면 된다. 별다른 레시피도 필요없다. 그런데 참 그 맛이 입에 딱 붙더라는 것이다. 어두컴컴한 밖에서 즐기는 2차 술자리는 젊은 감성을 자극하면서 왠지 어디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이런 맛 때문에 술자리를 찾아 다니는지 모른다. 다른 안주 없이 어찌보면 짤 수 있는 찌개 하나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니 어쩐 일인지 1차 때보다 훨씬 술을 빨리 마신다. 그러니 맛이 가지... 꽁치를 찾아 보겠다고 젖가락을 휘젖는 만행을 일삼으며 냄비 속 어디에 꽁치가 있는지 제대로 찾질 못했다. 꽁치가 없는 것인지 취해서 못 찾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함께 간 일행은 김치찌개를 보니 탄수화물이 당긴다면서 드디어 밥에 계란 후라이를 함께 넣어달라고 주문했다. 이런 손님 편의지향적 안주 정말 좋다. 원하면 메뉴에 없어도 해주는 이런 식의 영업방침은 언제나 환영이다. 생각해 보니 꽁치 김치찌개는 반드시 흰쌀밥에 계란 후라이를 얹고 거기에 김치국물을 넣어 먹는 것이 항상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했다. 이런 류의 음식은 영혼을 달래주는 일종의 소울푸드 되시겠다. 한국인이 아니라면 이 조합은 상상하기도 힘들고, 무슨 맛인지도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단 말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신기한 음식들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거의 대부분 기억이 나질 않으니 이날의 대화는 참 비용낭비인 셈이다. 그래도 좋았던 분위기와 어떤 의미에서의 만남이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니 아주 날탱이는 아니다. 우리가 간 지금의 감성포차가 예전의 포차보다는 확실히 서비스가 더 좋다. 안주도 다양한 것 같고, 맛도 괜찮은 것 같다. 아무래도 술이 취하기 전에 한 번 와서 제대로 맛을 봐야 할 것 같다. 다음엔 다른 안주도 한 번 먹어봐야 하겠지... 덥던 여름이 가고 시원한 가을이 왔는데 이제 곧 춥다, 춥다 하는 계절이 오겠지? 참 세월이 빠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