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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건강하고 담백하면서 진한 국물의 해물칼국수, 영종도 구읍뱃터 평양 손수만두

by jeff's spot story 2024. 3. 25.

배로 20정도 밖에 안 걸리는 곳이지만 인천 월미도에서 영종도 구읍뱃터로 가는 길은 늘 설레고, 즐겁다. 코로나 땜에 여길 온지도 2년은 넘은 것 같다. 이날은 일 때문에 근처에 왔다가 오랫만에 여길 넘어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월미도와 구읍뱃터를 오가는 배는 규모가 제법 큰 배로 차를 함께 싣고 넘는다. 이럴 땐 정말 어디 멀리 여행가는 기분이다. 구읍뱃터는 배를 타는 부두지만 관광지 비슷한 분위기도 많이 나는 곳이다. 이상할 정도로 새우튀김 집이 많은데 우린 새우튀김을 뒤로 하고 평양손수만두 라는 집을 찾아 들어갔다.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눈에 잘 띄는 곳이다. 2층에 있어 근처도 조망할 수 있고, 조용하고 깔끔한 집이었다. 토요일 오후 구읍뱃터는 그래도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우린 만두 전문점에 왔지만 해물 칼국수를 시켰다. 역시 우리의 칼국수 사랑은 알아줘야 한다. 비록 여기 고기잡이 배는 없지만 그래도 포구니깐 해물이 맛있을 것이란 기대를 안고 주문했다. 시간이 조금 일러 식당 안에는 우리와 또 다른 한팀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커다란 낙지가 한 마리 들어 간 해물 칼국수는 조금 걸죽한 편이었다. 특이한 것은 김치와 백김치를 함께 내어 준다는 점인데 이상하게도 백김치는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것이 좋았는데 김치는 뭔가 이질적인 향이 나면서 별로 였다. 아마도 김치를 만들면서 깍두기 만들 때 넣는 풀물을 너무 많이 넣은 것 같았다. 그래서 발효되면서 이상한 맛으로 변한 것 아닐까 싶다. 아무튼 김치가 좀 그렇기는 했지만 칼국수는 아주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었다. 마치 집에서 끓인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낙지 외에 다른 조개들도 들어 있었는데 칼국수 면을 함께 넣고 끓였는지 국물이 울면처럼 걸죽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걸죽한 국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최고집 처럼 담백하고, 쫄깃하면서 시원한 국물이 더 좋은데 암튼 여긴 달랐다. 들어간 내용물이 많아서인지 국물에서 오묘한 맛이 났다. 정말 해물 칼국수가 맞았다. 이렇게 먹으니 뭐랄까 식당에서 사먹는 집칼국수의 느낌이라 건강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 담백한 국물인지라 걸죽하지만 많이 퍼 먹었다. 온몸이 뜨근해지는 것이 정말 영양많은 국물을 먹는 것 같았다. 


다른 테이블 힐긋 봤더니 다들 만두를 먹고 있었다. 음 그렇군... 상호도 만두 전문점이라 써 있었는데 왜 우린 칼국수를 먹고 있을까? 아마 만두는 직접 만드는 손만두 였을 것이다. 함께 간 사람이 만두를 그닥 즐기지 않으니 이럴 수 밖에... 그래도 뜨근한 국물이 있어 칼국수의 풍미는 살아 있으니 다행이다. 이런 국물이라면 솔직히 별 다른 불만이 있을 수 없다. 면도 야들 야들 한 것이 목넘김이 끝내주는 부드러운 면이라 국물의 진한 맛이 더 잘 느껴졌다. 


낙지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거의 다 집어 먹은 것 같다. 면은 양보하고 조개와 낙지로 배를 채운 것 같다. 이런 류의 해물 칼국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맛은 천차만별이다. 이날 먹은 칼국수도 다른 곳에서 좀처럼 맛보기 힘든 여기 만의 특이한 맛이 살아 있는 것이었다. 구읍뱃터라는 즐거운 곳에 와서 먹으니 뭐라도 맛나고 행복한 시간을 선사한다. 다음에 다시 오면 새우튀김도 먹고, 다른 집도 가보고 그래야지... 멀지 않지만 행복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