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영중면 성동삼거리에서 이동으로 가는 길목은 우리나라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가을이 특히 백미인데 얼마나 길이 예쁜지 사고가 날 정도로 운전자들이 한눈을 팔 정도의 비경이다. 그래서 가끔 큰 사고도 난다. 과거 일대는 관광버스들로 붐비기도 했다. 길 중간쯤 있는 파주골 손두부 집은 늘 관광버스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이젠 다 지난 일이다. 길이 좋아지면서 이젠 여기서 밥을 먹거나 머무르지 않고 다들 그냥 주변 구경만 하고 휙 가버린다. 이들이 버린 쓰레기와 미련만 남았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맛난 맛집들이 있어 아쉬움을 달래준다.
근방을 잘 아는 동생의 추천으로 이집을 찾았다. 최근 새로 생긴 전라도 애호박찌개 집이라는 곳이다. 애호박찌개라는 메뉴는 흔히 보지 못하던 것이다. 된장찌개에 호박을 넣곤 하니 어쩌면 전라도식의 된장찌개 집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삼겹살과 찌개를 함께 파는 곳이었고, 우린 낮부터 삼겹살 파티를 거하게 벌이게 되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작스래 하게 되는 회식은 늘 반갑고, 고맙다. 삼겹살이라는 온 국민이 다 좋아하는 아이템과 궁금했던 애호박찌개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함께 나온 반찬 중에 엄청 갓이 큰 버섯이 있었다. 커다란 성인 남자 얼굴만한 버섯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느타리 버섯이란다. 우리가 그동안 마트에서 봐온 느타리 버섯은 뭐지? 이런 정도 크기의 버섯이라면 그냥 이것만 먹어도 배가 부를 판이다. 거기에 몇 년 묵었다는 묵은지와 쌈을 싸서 먹는 것이다. 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 그냥 삼겹살에 김치만 먹어도 족할텐데 이렇게 보기 드문 버섯을 함께 먹다니 말이다. 이래서 사람은 경험이 중요하다. 이렇게 큰 느타리 버섯을 어디서 먹어 볼 것인가?
잘 익은 삼겹살과 소주 한 잔이면 정말 온갖 시름이 다 날아간다. 주인장은 작은 도라지 같은 반찬을 내어 주었다. 이것이 씨 인삼이란다. 즉 새끼 인삼인 것이다. 잘 버무린 새끼 인삼은 맛도 좋지만 몸에도 아주 좋단다. 평소 인삼을 먹으면 열이 나서 잘 먹지 않는데 이날은 맘껏 먹었다. 낮부터 누리 호사의 화룡점정이었다. 알싸한 인삼맛이 쌈의 전체적인 풍미를 올려주었다. 이렇게 먹으면 정말 끝도 없이 계속 들어 갈 것 같다. 그러면 과식에 과음에 정말 안 되는데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애호박 찌개를 만났다. 처음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비주얼이었다. 애호박 찌개는 된장찌개가 아니라 고추장 찌개였던 것이다. 거기에 호박과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기름지게 만든 진국의 찌개였다. 처음 맛은 마치 육개장 같았다. 진득한 기름의 맛이 강하게 났다. 밥에 비벼 먹으면 정말 끝장일 것 같은 강렬한 맛이었다. 아마 전라도 사람들은 이런 찌개를 우리네 된장찌개처럼 자주 먹는 모양이다. 호박이 주인공이라지만 진짜 주인공은 돼지고기였다. 뭉텅 뭉텅 들어가 있는 돼지고기이 식감이 아주 좋았다.
삼겹살에 애호박찌개에 밥까지 먹으니 임금이 부럽지 않은 점심상이었다. 이런 밥상을 받으면 괜히 뭐라도 된 듯 들뜬다. 대단한 대접을 받은 것 같다. 그리고 잘 익은 묵은지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 아마도 세 번 정도는 더 달라고 해서 고기와 함께 먹은 것 같다. 역시 한국 사람은 뭘 먹어도 김치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전라도 묵은지는 김치 중에서도 상위 클라스 아니던가... 마지막은 생강 식혜 후식이었다. 달달하면서 쌉쌀한 것이 후식으로 그만이었다. 정말 잘 먹은 점심이었고, 새로운 경험을 한 애호박 찌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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