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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냉면의 또 다른 성지라는 진주 냉면으로 유명한 곳, 경남 진주시 하연옥 본점

by jeff's spot story 2024. 3. 25.

워낙 냉면과 막국수를 좋아하다 보니 어디 유명한 곳이 있다 하면 가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성미다. 서울이든 의정부든 참 많이도 다녔다. 냉면과 막국수는 둘 다 메밀을 이용한 면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값이나 육수, 구성에서 차이가 나긴 한다. 아무튼 사촌지간 인 면이기 때문에 모두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냉면의 성지라는 곳이 아주 멀리 있다. 바로 경상남도 진주에 있는 생선을 육수로 만들었다는 진주 냉면이 그것이다. 휴가를 이용하지 않고는 그 먼 곳까지 냉면 하나 먹으러 가긴 쉽지 않은 법이다. 


그래서 이번 휴가 여행은 아예 진주 냉면 투어라고 나름 정의를 내리고 갔다. 처음부터 진주 냉면을 먹기 위한 먼 여정이었다. 하지만 진주에서도 어딜가야 제대로 된 진주냉면을 먹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였다. 전날 진수 시내를 돌다보니 인터넷에 잘 검색은 되지 않지만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노포가 있었다. 거길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유명하다는 곳을 가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하여 이집을 찾아갔다. 이름하여 진주냉면의 성지라는 하연옥 이라는 곳이다. 


냉면의 가격은 9,000원 이다. 그리 비싸지도 저렴하다 하기도 그런 가장 적절한 가격이었다. 진주 냉면의 특징은 생선을 육수의 재료로 쓴다는 것과 고명이 화려하다는 것이다. 역시 그런지 정말 보고 싶었다. 우리는 늘 그렇듯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주문했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모두들 함께 먹는다는 육전도 주문했다. 평소 육전은 거의 생각도 하지 않는 아이템이지만 여기는 냉면의 성지가 아니던가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르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그래서 좀 양이 많아 보이기는 했지만 육전도 주문했다. 여긴 모두 육전을 함께 먹고들 있었다. 


반찬식으로 함께 나온 육개장 비슷한 국물을 먹고 있노라면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냉면이 나왔다. 처음 비주얼은 역시나 고명이 많고 화려했다. 하지만 아주 탄식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특이한 것은 국물 뿐 아니라 육전이 냉면에도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육전을 주문하지 않아도 될 것을... 이것 저것 분명 우리가 먹던 냉면에서는 보기 드문 재료들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계란 지단도 그 중 하나였다. 당연히 정성이 느껴지고, 푸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하게 붉은 빛의 비빔냉면은 좀 부담스러웠지만 역시 냉면의 지존격인 물 냉면은 포스가 느껴지는 좋은 모습이었다. 


생선으로 육수를 만들었기에 분명 뒤끝에 살짝 생선맛이 감도는 잘 만든 육수였다. 특이하고, 색다른 것이 분명 진주 냉면의 뭔가 다른 길을 느끼게 해주는 맛이었다. 하지만 면이 좀 뭐랄까 기대와 달리 그냥 보통의 맛이었다. 마치 공장에서 파는 것 같이 너무나 스탠다드 하다고 해야할까? 보통 냉면 고수들은 면도 메밀 특유의 향과 식감이 나오기 마련인데 그런 메밀를 잘 다루는 장인의 포스가 느껴지는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평범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점이 좀 아쉬웠다. 분명 맛있는 냉면임에는 틀림없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고 해야겠다. 


육전의 맛은 어릴적 자주 먹었던 집에서 해주는 계란 옷 입힌 부침개 맛이었다. 바로 만들어 먹을 때 그 고소함이란 무엇으로도 대체가 안 되는 그 기름진 맛이었다. 그래서들 육전을 함께 먹는 것 같았다. 둘이 오든, 셋이 오든 여기서는 모든 테이블에서 육전을 먹고 있었다. 2만 원이라는 가격적이 부담이 있는데도 그렇게들 먹고 있었다. 아마 이런 것도 문화라면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냉면을 먹으면서 녹두전이나 만두를 먹는 것처럼 여기서는 육전을 기름진 음식으로 함께 먹는 것이다. 다만 육전도 고기가 아주 두툼한 것은 아니고 정말 서브 메뉴로 먹을 정도의 딱 그 정도의 두께와 기름진 식감이었다. 


바로 나온 육전을 냉면과 함께 먹는 것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았는데 냉면 속에 들어간 육전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너무 차갑게 식어버린 육전을 냉면과 먹는 것은 왠지 잘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었다. 아무튼 담백한 냉면과 기름진 육전은 나름의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았다. 사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와서 그렇지 나름 진주냉면의 특색을 잘 살린 곳이라 하겠다. 여긴 한창 때는 마이크로 웨이팅 하는 손님들을 불러서 홀로 들일 정도로 손님이 몰리는 곳이다. 우리만 아니라 외지에서 온 것 같은 손님들이 유난히 많았다. 아마 진주 냉면이 가지고 있는 네임밸류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먼 진주로의 여행으로 진주 냉면 맛을 봤으니 이번 여행은 좋은 편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