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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역시 현지인들이 많이 가고 인정받은 막국수 집, 춘천시 석사동 청송막국수

by jeff's spot story 2024. 3. 25.

경칩이 지나고 완연한 봄날이 돌아왔다. 햇쌀 좋은 오후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주말이지만 거리엔 차들이 없어 한산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도 꽁꽁 얼어 붙은 한 겨울이기 때문이다. 이러단 지역 경제가 다 무너질텐데... 자영업자들은 도대체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까? 한산한 거리 탓에 교통체증은 없지만 마음은 응어리가 꽉 들어 찬 듯 답답하다. 그래도 우린 길을 나서기로 했다. 이럴 때 일수록 더 다니는 것도 작은 의미의 경제 살리기 일 것이다. 평소 가끔 생각나는 간장게장을 사기 위해, 그리고 춘천 본고장 막국수를 먹기 위해 주말 오후 춘천으로 향했다. 


춘천에 막국수 집이 많은 거야 당연한 일인데, 기왕이면 관광객을 상대하는 이름난 집보단 현지 사람들이 자주 가고, 사랑하는 집을 가고 싶었다. 어느날 인가부터 춘천에 오면 유명하다는 막국수 집보다 이렇게 현지 골목에 있는 집을 가고 싶어 졌다. 그래서 찾은 곳은 석사동에 있는 청송막국수 였다. 골목 안쪽에 위치하여 주차가 불편하고 밖에서 보이지 않아 아는 사람만 갈 수 있는 전형적인 동네 식당이었다. 바로 내가 원하는 컨셉이기도 했다. 한가한 주택가 골목길의 중간 쯤 이집 있다. 세월의 내공은 느껴지나, 부산스럽거나 너무 내대지 않는 조용한 여염집 같은 인상이었다. 


다른 내공있는 막국수 집들처럼 여기도 물과 비빔 막국수를 구분하여 팔고 있지 않았다. 그냥 막국수를 주문하면 비빔 양념 한 가득 들어간 국수와 육수 주전자를 준다. 본인이 물처럼 먹고 싶으면 육수를 자작하게 부으면 된다. 나는 육수 듬뿍 물 막국수처럼, 마눌은 육수 조금 들어간 비빔막국수로 먹었다. 이집은 김치와 함께 단무지를 준다. 이점은 좀 특이했다. 분식집도 아니고, 다른 곳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그리고 깨를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엄청 넣어준다. 고소한 깨 냄새가 그릇 그릇 가득하다. 계란도 그냥 삶아서 반쪽 이런 식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일일히 지단을 만들어 노랗고, 하얀 계란으로 준다. 분명 다른 곳과 확연하게 다른 컨셉이 있는 것이다. 


엄청난 양의 들깨를 헤집고 들어가면 오늘의 주인공 메밀면을 만날 수 있다. 뽀얀 자태가 다소곳 한 것이 새색시를 닮았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메밀의 껍질이 거의 안 들어간 냉면 같은 메밀면을 쓴다. 아무래도 더 고급스럽게 보인다. 한 입 넣어보니 부드러우면서 다소 미끌거리는 식감이 있다. 그리고 좀 질기다. 아마 100% 메밀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식감이 좋고, 목 넘기도 좋다. 메밀의 향이 그득한 것이 과하지 않은 양념과 잘 어울린다. 다만 참기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참기름의 지나치게 고소한 냄새가 메밀 향을 조금 방해하는 느낌이 있긴 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고급스럽고, 자연스러우면서 건강한 맛이다. 이래서 현지 사람들이 이집을 사랑하는 것 같다. 막국수가 막 먹는 서민들의 음식이라지만 분명한 기술면에서의 차이가 있는데, 그런 내공적인 면에서 볼 때 이집은 완성도가 무척 높은 곳이다. 


양념을 다 비벼놓고 보니 이거 한 그릇의 양 치고는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인심이 참 후한 곳이다. 우린 아침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과하게 인심 좋은 막국수 한 그릇을 놓고 앉으니 난감한 생각마저 있다.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조금씩 먹다보니 이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금새 알게 된다. 막국수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가 소화가 잘 되고, 먹었을 때 속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처음 먹을 땐 양이 엄청 많은 것 같지만 먹고 나서 뒤돌아 서면 벌써 속이 꺼진 느낌을 받는다. 이래서 메밀면이 건강에 좋은 것이다. 적절한 고명과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양념은 고급진 메밀면 식사의 또 다른 숨은 주역이다. 


나는 막국수를 먹을 때 거의 늘 육수를 많이 부어 물 막국수로 만드는데 이집은 참기름을 많이 넣어 주었기에 그 국물에 온통 고소한 기름이 둥둥 떠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 내 놓은 단무지를 메밀면과 함께 먹는다. 메밀은 꼭 무와 함께 먹어야 한다. 무가 메밀의 독성을 잡아주고, 식감도 좋게 해주기 때문이다. 중국집이나 분식집에서 늘 보던 단무지를 여기서 만나니 이렇게 면과 함께 싸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맛이 배가 된다. 역시 오랜 세월 해 온 방식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렇게 먹으니 한결 식감이 살아 난다. 많다고 걱정하던 첨과 달리 다 먹은 다음에도 우린 갈 곳 없는 젖가락을 내려 놓지 못하고 여기 저기 그릇 속을 헤집었다. 뭐 좀 더 없나? 그리고 정신 없이 먹던 시간을 잠시 내려 놓고, 우리가 먹은 막국수에 대한 평가를 해 봤다. 여기도 진정한 고수의 막국수집이 맞네! 담에 또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