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우리가 흔히 식사를 하고 당연하게 들어가는 카페가 다른 지역에는 없을 수 있다. 특히 시골이라는 작은 지역으로 갈수록 익숙하게 봐온 이디야니, 메가커피니, 콤포즈니, 백다방이니 하는 카페가 눈에 안 띌 수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장사라는 것이 이익이 남아야 하는 것인데 그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장사를 시작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하지만 아무리 인구가 적은 지역이라도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눌 공간은 필요하다. 이런 것도 지역의 복지라고 해야할까? 도심지역에서 당연히 누리는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 말이다.
문경읍에서 점심을 맛나게 먹었기 때문에 우린 의례 습관처럼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기로 했다. 그런데 근처에 앞서 열거한 그런 커피집들은 없었다. 그나마 비슷한 한 집이 있었지만 문을 닫았다. 시골의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가보면 더 피부로 와 닿는다. 이래서 사회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문경읍 내를 걷다가 이집을 발견했다. 밖에서 보면 카페라기 보다는 식당 비슷한 분위기인 곳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체인점이 아니라 자체 상호인 '해담'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카페였다.
얼그레이가 메뉴에 있길래 아이스로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늘 얼죽아 이기 때문이다. 우린 얼어죽어도 아이스를 주문한다. 그런데 가만히 가게 안을 살펴보니 여긴 카페이기도 하지만 빵집이기도 했다. 특히 샌드위치는 미리 주문하면 도시락처럼 싸 갈 수 있단다. 보기와는 아주 다른 내용이었다. 시골에서도 이렇게 향이 좋은 커피와 샌드위치 또는 오믈렛으로 분위기있게 식사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분위기가 아주 맘에 들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관리를 잘 해서 여유있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솔솔 풍기는 좋은 카페였다.
가끔은 그런 생각들 해보지 않던가... 퇴직하고 나서 이렇게 한적한 시골에서 카페나 차리고 즐기듯 그렇게 장사를 하는 것 말이다. 물론 백조가 그렇듯 물 위에서는 고고하게 여유를 부리는 것 같지만 물속에서는 가라앉지 않으려고 엄청 발길질을 한다는 것 말이다. 장사도 비슷하다. 남이 보기엔 여유있고, 안정적인 것 같지만 실제 장사는 어디에서 하나 비슷한 어려움과 경쟁, 긴장과 속상함이 있다. 그래도 이날은 이런 카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 정도로 이집은 참 뭐랄까 동화속 풍경이었다고 할까? 암튼 그랬다. 문경에서의 여유있는 차 한 잔이 참 좋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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