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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추운 날씨를 날려버릴 수 있는 화끈하게 매운 맛, 춘천시 남춘천역 애막골 순이네 불 쭈꾸미 & 닭 볶음탕

by jeff's spot story 2025. 2. 6.

여행을 떠나거나 돌아오는 길목에서 아주 자주 들리는 곳이 바로 춘천이다. 포천으로 들어오는 관문 같은 곳이라 해야할까? 아무튼 춘천에 오면 집에 다온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춘천의 명동이 아니라 남춘천역에서 뭔가를 한다. 먹기도 하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말이다. 먹자골목이 아주 크게 형성된 곳은 아니지만 나름 유행을 제대로 타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새로 생기는 브랜드 식당도 꽤나 많고, 규모가 큰 술집도 있다. 이날은 정말 추웠다. 올 겨울 이런 추위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이날은 정말 살을 애는 추위라는 말이 실감나는 날이었다. 

 

이런 날 적당한 아이템이 있다. 바로 추위를 날려버릴 화끈하게 매운 맛이다. 맵질이기는 하지만 이런 날은 한 번 도전해 볼만한 컨디션이다. 우리는 과감하게 간판마저 매워보이는 이집으로 들어갔다. 상호가 좀 긴 편인데 '애막골 순이네 불쭈꾸미와 닭볶음탕' 이라는 집이다. 상호에 직관적으로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여긴 매운 쭈꾸미와 닭볶음탕을 파는 집이다. 매운 닭볶음탕이 끌리기는 했지만 역시 매운맛은 오징어나 문어, 낙지 그리고 쭈꾸미 같은 친구들이 어울린다. 생긴게 비슷한 이 친구들은 많이 올라가면 조상이 같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화끈한 맛을 찾아 왔지만 아주 매운 맛은 겁이나서 도전하지 못하고 중간맛을 주문했다. 중간맛 도전도 개인적으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설마 죽기야 하겠냐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손님 테이블에 불을 피우고 판에 쭈꾸미를 올려 주긴 하지만 쭈꾸미는 이미 주방에서 다 조리가 되어 나오는 방식이다. 매운 맛을 중화시킬 콩나물을 많이 올리고 왜 그런지 몰라도 매운 쭈꾸미는 꼭 깻잎에 싸 먹는다. 둘의 궁합이 잘 맞길래 이런 레시피가 나왔을 것이다. 매운 쭈꾸미의 가장 친한 친구는 밥이 아니라 소주다. 역시 이런 자리에는 소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몇 점 먹지도 않았는데 빨간 경고등이 들어왔다. 역시 맵질에게 이런 화끈한 매운맛은 범접하기 어려운 영역인 모양이다. 이렇게나 날이 추운데도 땀이 어찌나 나던지... 우리는 콩나물로 중화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치즈도 추가했다. 고소한 치즈가 들어가니 한결 나은 듯 했다. 매운 맛을 일부러 중화시켜 먹을 것이라면 그냥 안 매운맛을 주문할 것 그랬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소주와 잘 어울리는 쭈꾸미를 먹고 있노라니 이런 날엔 역시 매운 음식이라는 생각이다. 추운 날씨와 정면으로 승부해도 될 것은 기분이 되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여기에 다시 볶음밥을 시켜 먹기도 하는 모양인데 원래 이 사이즈가 2~3인이 먹는 것인지라 우린 배가 불러 다른 것은 주문할 수 없었다. 별다른 첨가물 없이 쭈꾸미와 양배추로만 이루어진 이집의 매운 쭈꾸미는 진정한 쭈꾸미 요리라 하겠다. 날이 추운데도 손님들은 연신 들어왔다. 옆 테이블에 있던 남자손님들은 말 그대로 후다닥 먹고 나갔다. 우리보다 늦게 들어와 먼저 나갔는데 테이블을 보니 넷이서 소주를 10병이나 먹었다. 대단하다. 진정한 쭈꾸미 매니아라 칭해야 할 듯... 춘천에서 먹은 화끈한 맛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