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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일본식 라멘과 돈가스를 제대로 주는 내공있는 맛집발견, 충주시 교통대 앞 핵밥

by jeff's spot story 2025. 2. 8.

오랫만에 다시 찾은 충주의 교통대 앞은 크게 바뀐 것이 없어 보였다. 다만 여기도 자영업자들의 애로사항은 그대로 느껴졌다. 예전에 있던 식당 대부분이 다른 집이 된 것이다. 상가는 여전히 붐비고, 먹자골목의 모양은 그대로지만 안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은 바뀐 셈이다.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 우리는 핵밥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식당을 발견했다. 밖에서 봐서는 그냥 밥집인 것 같았는데 안에 들어가보니 일본 정통의 맛을 자랑하는 곳이란다. 이런 시골에서 정통 일본식이라... 체인점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그런 밥집이라 생각했다. 

 

대학교 앞이라지만 가격은 결코 싸지 않았다. 이러면 장사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학생들 상대하는 가게치고는 값이 나가는 편이었다. 돈코츠 라멘 정식이 11,000원이면 결코 싼 값이 아니다. 우동도 9,500원이다. 가격은 그렇지만 분위기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 기대를 가지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학교 앞이라 그런지 주문도 손님이 하는 것이고, 가게 인테리어도 젊은풍이었다. 세 사람이 다 다른 음식을 주문했는데도 그렇게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았다. 일단 식당 운영 시스템은 괜찮은 곳이라 하겠다. 

 

라멘 정식은 라멘과 밥 한 공기, 그리고 치즈가 들어간 떡 두 덩어리가 나오는 것이다. 치즈가 들어간 떡이라니... 이건 좀 신기했다. 이런 구성은 처음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돈코츠 라멘의 맛이 아주 제대로 였다. 아니 훌륭했다. 정말 전문점이 맞았던 것이다. 이런 시골에서 이렇게 제대로 된 일본풍의 라멘을 먹게 될 줄이야~ 우동도 비주얼이나 국물이나 면발이 모두 합격점이었다. 정말로 가격이 조금만 싸다면 여긴 장사가 안 될래야 안 될 수 없는 곳 같았다. 돈코츠 라멘의 국물은 돼지사골 국물이다. 자칫 너무 기름지거나 돼지 냄새가 날 수 있는데 아주 깊은 맛이 담백해서 입에 착 붙었다. 

 

우동정식에도 밥이 나오는데 밥보다 어른 손바닥만한 야채 튀김이 아주 좋아 보였다. 오랫만에 보는 야채튀김인데 맛도 괜찮았다. 일본 사람들은 우동국물에 저런 튀김을 넣어 깨트리면서 국물을 걸죽하게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반대다. 우린 우동 국물에 다른 것을 넣어 걸죽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국물은 국물 자체로 맛이 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튀김을 넣어주는 우동은 그만큼 일본 정통에 가깝다는 말이다. 면발도 쫄깃한 것이 사누끼 우동의 쫄깃함 까지는 아니라해도 일본식의 우동 면발이 맞았다. 

 

돈가스는 정말 컸다. 말 그대로 거대한 한 장의 고기덩어리였다. 자는데만도 시간이 걸릴 정도의 크기였다. 소스는 나무 하다 할정도로 많이 부어져 있었다. 아주 대단한 맛이라 하긴 그래도 밥집에서 먹는 돈가스 치고는 맛도 훌륭했다. 다만 밥의 양이 좀 적어 라멘 정식의 밥을 돈가스 쪽으로 보내주어야 했다. 돈가스가 밥 반찬이라면 저렇게 적은 양의 밥을 주면 좀 아쉬운 법이다. 전체적으로 맛도 좋고, 깔끔하고, 넉넉한 양까지 만족스러웠다. 역시 가격만 조금 낮춘다면 여긴 대박이 날 곳이리라. 속 사정은 잘 모르지만 말이다. 

 

라멘도 우동도 고명이 참 많이 들어갔다. 역시 값을 하긴 하는 셈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다가 이렇게 맛난 음식을 먹게 되면 그냥 모든게 감사하기 마련이다. 아직은 개강을 하지 않아 학생들이 거의 없는 대학가 앞에서 호젓하게 앉아 맛난 밥을 먹으니 시간이 그냥 멈춰 있는 것 같다. 도대체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 몇 년 전이던가... 까마득하다. 세월이 이렇게 갔으니 나도 그 때의 나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계속 변화하면서 산다. 더디 가는 것 같지만 시간은 정확하게 간다. 맛난 음식을 먹었더니 철학적인 분위기까지 나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