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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바닷가에 왔으면 거기 음식을 먹어야 제맛이지, 양양군 물치항 물치식당

by jeff's spot story 2025. 2. 2.

우리나라 도로 사정이 너무 좋다보니 과거와 달리 현지라 하여 아주 특별할 것은 없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대한민국 곳곳에 다 있다. 그래서 특별히 현지식이다 할 것도 없긴 하다. 현지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라는 것이 있긴 할까? 하지만 그래도 바닷가에 왔는데 돼지갈비나 후라이드 치킨으로 저녁을 먹긴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숙소 근처를 두 바퀴나 돌다 이집으로 결정하고 들어가게 되었다. 이름은 '물치식당'이다. 속초나 고성 그리고 양양도 마찬가지인데 물치라는 생선으로 만든 탕을 많이 먹는다. 아구 비슷하기도 한 이 생선은 귀한 몸이라 값이 좀 나간다. 

 

하지만 우리는 몸값이 나가는 물치를 먹을 예정이 아니다. 대신 가격이 합리적인 대구탕을 먹을 것이다. 그것도 지리로 말이다.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몸값이 헐해진 생선이 대구다. 그래서 일 인분에 15,000원이면 먹을 수 있다. 대구를 매운탕으로 먹는 사람도 있긴 한가본데 역시 대구 본연의 맛을 느끼려면 지리로 먹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먹으면 아무래도 조미료는 더 들어가겠지만 그래도 대구 특유의 감칠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여기는 밥집이기 때문에 대구탕 두 개에도 밑반찬이 꽤나 나온다. 특히 꽃게의 살이 많다는 주인장의 강조를 들으면서 밥을 먼저 한술 떴다. 

 

대구맑은탕, 지리탕은 별 것 없다. 잘 손질한 대구와 육수면 그만이다. 적당히 파나 쑥갓도 넣기는 하지만 이런 재료들은 어디까지나 거들어 주는 역할일뿐 주인공은 대구살이다. 가격에 비하면 여기서 주는 대구의 양도 적지 않은 편이다. 역시 산지라 그런가? 그런데 양양에서 대구를 잡던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바닷가에 먹는 대구탕은 특별한 별미이다. 술 한 잔이 빠질 수 없다. 밥을 말아 먹어도 좋고, 그냥 국물만 대구살과 떠 먹어도 그만이다. 몇 년 전 부산에서 먹은 대구탕이래 이집에서의 대구탕이 근래 들어 가장 맛이 좋았던 것 같다. 

 

이집의 반찬 중 깍뚜기가 너무 시원하고 맛이 좋아 네번이다 갖다 먹었다. 강원도 김치의 특징 중에 하나인 담백하면서 시원한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어머니의 고향이 양양이셨는데 그래서 내 입에도 이 깍뚜기가 딱 맞았나 보다. 시원하고 진한 국물만 있으면 소주 두 어 병은 금새 들이키게 된다. 하지만 너무 과하게 마시지 말자... 아직 초저녁이다. 2차도 가야하니까 말이다. 배가 부른데도 자꾸 밥을 국물에 말아 먹게 된다. 맛난 음식은 과식을 부른다. 다이어트에 큰 방해자다. 하지만 이런 맛난 음식을 먹으면 한 편으로는 행복하다. 사람 사는 것이 뭐 있나?

 

특히 국물에 밥을 말아 깍뚜기를 올려 먹는 맛에 매료되어 자꾸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루틴에 빠진다. 이러다 밥 한 공기 더 주문할까 겁난다... 그래도 정신줄을 잡고 과하게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양양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던데 이날은 한 겨울임에도 바닷가에서 서핑을 즐기는 젊은 사람들을 꽤나 보았다. 젊은 것이 좋은것이다. 이런 날씨에 서핑이라니... 올 해 동해안은 상대적으로 눈도 덜 오고, 춥지도 않았다. 남쪽으로 가기 보다는 전지훈련하려면 동해안으로 가야 할 것 같은 날씨 컨디션이었다. 앞으로도 그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이제 겨울엔 동해안을 자주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