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현면에는 예로부터 양평식 해장국의 강자라 알려진 은둔 고수 같은 집이 있다. 이름하여 '방일해장국'이다. 어라~ 방일해장국이라는 상호는 아주 익숙한 것인데 어찌 은둔 고수라 하는가? 하지만 여길 가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화현면에서도 큰 국도변이 아니라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 길 옆도 아니고 마을쪽으로 살짝 들어가야 나오는 이집은 과연 왜 이런 자리에서 식당을 하게 되었을까 의심이 갈 정도로 입지적인 조건은 아주 열악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는대로 맛만 좋다면 아무리 험한 곳도 손님들이 온다는 가장 평범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명제가 바로 이집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오래된 노포답게 식당 간판마저 무슨 글씨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세월의 흐름 앞에서 흐려졌다. 실내는 몇 십 년은 되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벽에 붙은 손님들이 써 놓고 같 손글씨의 날짜마저 20년이 넘은 것들이 수두룩하다. 과연 노포이면서 내공이 만땅인 집이 되겠다. 여길 오겠다고 여러번 다짐했지만 거리상의 압박 때문에 오지 못했고, 한 번은 너무나 많은 차들이 진을 치고 있어 들어 올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날은 손님이 한 팀도 없었다.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아주 쾌하게 식당 안이 비어 있었다. 우리는 소고기 국밥과 시그니쳐 해장국을 주문했다.





밑반찬이 나오고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방일해장국은 자칫 너무 맵고, 짤 수 있는 음식이다. 다른 곳에서 파는 방일 해장국은 그런 맛이 많다. 하지만 여기는 적어도 그런 집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구수하면서 자연스러운 비주얼이 마치 된장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선지와 양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면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소고기국은 양과 선지를 빼고 소고기를 손을 찢어 넣은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국물은 같은 솥에서 나온 것 같았는데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양과 선지가 어찌나 신선하던지 아주 부드러우면서 자연스럽게 씹히는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시그니쳐 해장국이 더 맛난 것 같았다. 하지만 통풍 때문에 선지를 먹을 수 없어 그점이 아쉬웠다. 해장국보다 소고기국밥에 우거지가 많이 들어 있었다. 우거지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우거지 동냥을 했다. 국물이 너무 시원하고 묵직하면서 꽉찬 맛인지라 우리는 정말로 정신줄을 내려 놓고 먹었다. 과연 이런 시골길에 내공이 만빵인 고수가 있었던 것이다. 맘 좋아보이는 주인장은 우리가 먹는 동안에도 뭐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를 묻곤 했다. 서비스까지 훌륭한 집인 것이다. 서둘러 밥을 말고 역시나 깊은 맛이 밴 김치와 석박지를 먹고 있노라니 이것이 진정한 한국인의 밥이요, 영양공급이 아닐까 싶었다.





이상할 정도로 맛이 좋은 마늘짱아찌와 함께 국밥을 먹으니 그 맛이 배가되는 기분이었다. 부드러운 양과 소고기의 만남도 훌륭했다. 그동안 먹었던 수 많은 해장국들이 모두 고개를 뒤로 돌리는 듯 했다. 여기선 그 모든 해장국들이 겸손해져야 될 것 같다. 이런 맛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집에서 조금만 가깝다면 정말 일주일에 두 세번은 꼭 올 것 같은 곳이다. 아침이고, 점심이고, 저녁이고 이런 집은 때를 가리지 않고 오게 되는 법인데 말이다. 화현면은 조용한 시골이지만 베어 크리크 골프장 때문인지 이런 맛집이 꽤나 많다. 포천에 해장국의 일인자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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