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엔 돈가스가 제대로 된 양식인줄 알았다. 식당에서 칼과 포크를 든다는 것 자체가 아주 재미있는 체험이었다. 양식을 먹는다는 말은 특이한 음식을 먹는다는 소리이고, 그만큼 살만하다는 의미였다. 누군가 그랬다. 경양식 집에서 돈가스를 주문했더니 이상한 하얀 국물만 나와서 허겁지겁 국물만 떠 먹고 나왔다고... 슬픈 이야기지만 당시 우리는 에피타이저로 나온 스프만 먼저 먹고 나올 정도로 양식엔 눈이 어두웠던 어렵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젠 너무나 흔한 음식이 되었다. 오죽하면 학교 급식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메뉴가 돈가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주 대중적인 음식이다.





요즘엔 일본식 돈가스라 하여 두께가 아주 두툼한 돈가스도 유행하지만 아무래도 예전에 먹었던 얇고 넓적한 돈가스 생각이 난다. 돼지고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얇게 펴고, 기름에 적당하게 잘 튀겨낸 돈가스는 정말 가끔 먹고 싶은 음식이다. 이날 그랬다. 꼭 먹고 싶었다. 여기 저기 이런 욕구를 채워 줄만한 곳이 없을까 양주 곳곳을 다녔다. 그러다 이집을 발견했다. 금화왕돈가스 라는 곳이다. 어하터널을 지나 멀리 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식당으로 아마도 체인점 인 것 같았다. 여기는 일단 가성비가 좋다. 오리지널 돈가스의 가격이 8,900원으로 아주 착한 편이다.





하지만 크기는 장난이 아니다. 아주 큰 편이다. 돈가스가 나오기 전에 셀프로 스프와 우동 국물을 먼저 먹을 수 있다.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면 절대 스프만 먹고 나가면 안 된다. 셀프 스프지만 맛은 훌륭했다. 이런 에피타이저라면 몇 번이고 먹을 수 있겠지만, 워워 자제하고 본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일단 한 번만 먹기로 했다. 돈가스가 어찌나 크고 늠름하던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크기의 돈가스를 이 가격에 팔다니 여기 주인은 복 받을 것이다. 쌀밥이 조금 나오고, 햄버거 빵 같은 것도 있다. 이미 크기에서 압도된 우리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를 수 있지만 일단 나온 돈가스를 잘게 잘라 놓았다. 마치 돈가스 안주를 대하는 사람의 심정으로 아주 정성껏 잘랐다. 자르면서 보니 돈가스의 두께가 예술적으로 얇았다. 이러면 크기는 커 보이지만 먹을 때 부담이 없다. 바삭하게 잘 튀겨진 돈가스를 먹는 맛은 고소함과 바싹함의 완벽한 조화라 하겠다. 듬뿍 뿌려진 소스도 한 몫을 했다. 바로 이런 돈가스를 그렇게나 원했던 것이다. 어릴적 기억을 소환하는 아주 이상적인 돈가스라 하겠다. 우리는 추억을 함께 먹은 셈이다. 함께 주문한 메밀국수도 나왔다. 일본식과 한국식을 절묘하게 절충한 우리식의 메밀 국수였다.






메밀국수도 가격이 싼 편이라 역시나 8,900원이다. 혜자스러운 가격이다. 여긴 상을 줘야 하는 집이다. 서민들의 입과 허기진 배를 책임지는 복지기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정말 고마운 것은 가격에 비해 맛이 참 좋다는 것이다. 옆에 있는 손님들을 보니 모듬 비슷한 돈가스를 먹는 사람도 있었고, 특히나 혼밥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치 기사식당처럼 여기서는 혼자도 맘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가격에 맛나게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참 고마운 일이다. 우리도 그런 혜택을 본 사람들이다. 메뉴를 보면 소주도 판다. 하긴 이 맛난 돈가스를 안주로 술 한 잔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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