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일요일 아침 강동구 고덕동에 갔다. 강동구는 비가 많이 오면 상습적으로 범람했던 풍납동에 친척이 살고 있던 동네이다. 자주 갔던 곳이지만, 최근에 간적이 거의 없었다. 이날은 모처럼 고덕동의 주택가에 이른 휴일 아침부터 가게 되었다. 뭐라고 할까... 그냥 드라마 세트장 같은 동네였다. 과연 서울에 아직도 이렇게 호젓하고, 조용하고, 서민적인 동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친근감이 가는 동네였다. 하지만 서울인지라 주차하기가 만만치 않았는데 점심 때는 지나가고 어딘가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이집을 발견했다. 식당 옆에 주차할만한 공간도 있는 안성맞춤의 중국집이었다.




가게 이름은 '찐짱뽕 짜장'이다. 그런데 우린 짬뽕이 아니라 둘 다 삼선짜장을 주문했다. 중국집 하면 아직도 다른 어떤 메뉴보다 짜장면이 먹고 싶다. 그것도 뭔가 특별하고, 더 고급져 보이는 간짜장이나 삼선짜장을 먹고 싶다. 삼선이라는 말이 꼭 세 가지 재료를 넣는 것이 아니라 더 고급스럽고, 신선한 재료를 넣어 만든다는 의미란다. 가게의 실내 구조가 좀 특이했는데 입구는 좁고, 안으로는 넓은 홀이었다. 처음 들어갈 때는 몰랐는데 식당 안으로는 제법 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추가 반찬도 셀프로 먹을 수 있고, 양도 넉넉하고 특이하게도 짬뽕 국물만도 1,000원에 주문할 수 있는 곳이었다.








잘 비벼진 짜장면을 먹어 보았다. 입안 가득 감칠맛이 차고 넘쳤다. 아니 폭탄 터지듯 입안에서 감칠맛이 터져 버렸다. 처음 볼 때는 몰랐는데 여기 면이 진정한 중국집의 면이었다. 부드러우면서 찰지고 쫄깃한 반죽이 아주 잘 된 고수의 면이었다. 거기에 그렇게 과하게 달지 않은 짜장소스가 덮히는 환상의 조합이 되었다. 우리는 늘 이런 짜장면을 원하는 것 아닐까? 고덕동의 동네 어귀에서 또 이렇게 전문가의 음식을 만나게 되었으니 이날도 우리는 참 행운을 얻은 셈이다. 우린 정말 정신없이 먹었다. 짜장면은 불어 터질 시간없이 잘도 넘어가는 면이다. 이날은 더욱 그랬다. 언제 먹었나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먹으면서 둘러 보니 현금으로 결제하면 여기서 1,000원을 더 깍아 준단다. 그리고 14,000원만 내면 3~4가지의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점심 세트메뉴도 있었다. 아~ 좀 천천히 둘러보고 주문할 것을... 이 정도 짜장면의 맛이라면 분명 요리도 맛이 좋았을텐데 말이다. 보통은 짜장면을 먹다 보면 소스는 남기 마련인데 여기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양이 되는 사람들은 분명 이 소스에 밥을 주문해서 비벼 먹을 것이다. 남기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소스였기 때문이다. 오랫만에 제대로 된 중국집에 온 느낌이었다. 이런 집이 동네에 있으면 정말 자주 갈텐데... 풍요 속에 빈곤이라는 말이 이런 때 쓰이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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