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천안의 병천은 순대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이 소개하면서 더욱 알려지게 된 것이라 한다. 병천 순대는 우리네 무봉리 순대처럼 지역 이름이었던 것이다. 왜 내륙에 있는 병천에 이렇게 순대가 유명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포천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근처에 도축을 하는 시설이나 축산 관련 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아무래도 재료를 구하기 쉬운 곳에 이런 명물 식당들이 생기는 법 아니던가... 우리가 병천에서 오리지널 순대를 먹은 적은 없었다. 이번에 처음 먹게 된 것인데 현지인의 추천으로 이곳 쌍동이네 순대국으로 왔다.




순대국밥은 10,000원으로 아주 합리적인 가격이고, 동네가 온통 순대국 집들인지라 그냥 여기가 순대의 고장이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식당 안에 들어가 보니 때가 아닌데도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병천 순대국밥의 특징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분식집의 순대인 찰 순대는 넣지 않는다는 것이란다. 그러니까 흔히 순대라고 할 수 있는 모양의 순대는 없는 셈이다. 전통 순대라 불리는 고기와 잡채가 들어간 정통의 제조법으로 만든 그 순대만으로 국을 끓여 내어주는 것이다. 거기에 돼지의 여러 내장 부위들이 들어간다. 물론 머리고기도 있다. 든든한 국밥의 전형적인 비주얼이다.




이렇게 수육으로 나온 순대를 새우젓을 찍어 먹는 것이 여기 방식이란다. 하긴 전라도의 쌈장 순대보다는 아무래도 우리와 더 친숙한 모습이라 하겠다. 국물은 무척 맑고, 담백한 편인데 우리네 무봉리 순대국처럼 손님이 이런 저런 레시피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우리보다는 넣을 레시피 재료가 많지는 않았다. 포천에서는 고추씨기름에, 양념장에, 새우젓에, 들깨가루며 파, 청양고추 등 정말 여러 재료를 본인만의 방법으로 조합하여 넣는 것이 익숙하다. 그래서 처음 뽀얀 국물을 벌겋게 만들어 먹는 것이 우리네 방식이다. 여기도 비슷하긴 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재료를 주는 않았다.




그런데 사실 순대국밥이란 음식이 뭘 그리 따지고 먹는 것은 아니다. 그냥 서민들이 후루룩 마시듯 그렇게 늘 먹었던 너무나 자연스럽고, 서민적인 밥 한 끼 아닌가? 국물을 어느 정도 내 방식으로 만들었다면 서둘러 밥을 말아 드디어 그 유명한다는 병천 순대국밥을 먹어 보았다. 역시 담백하면서 진한 돼지사골의 맛, 그리고 내장의 맛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이런 맛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그렇게 이곳을 찾아 오는 것이리라. 포천의 순대국보다는 뭐랄까 더 가볍고, 소프트 하다고 할까? 그래서 아무래도 여자들이나 젊은 사람들도 먹기에 부담이 덜한 맛이라 하겠다. 이런 이유로 병천 순대가 전국에서 그리 유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값이야 어찌 되었든 순대국밥 한 그릇이면 정말 하루가 든든하고, 뭔가 먹은 것 같다. 이런 만족감 때문에 우리는 순대국밥을 찾는 모양이다. 국밥 그릇 안에 마술사라도 앉아 있는지 숟가락질을 할 때마다 뭔가 부속 고기 같은 것들이 많이도 걸려 나온다. 진하고, 고소한 국물과 국물을 머금은 밥알, 그리고 깍뚜기 한 개 얹어 크게 먹으면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다. 역시 순대국은 밥으로도 안주로도 서민들의 든든한 벗이다. 과거 시장통에서 꼬릿한 냄새를 풍기며 먹었던 저렴한 국밥이 이렇게 어엿한 음식으로 체인점도 생기고 한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도 한국 사람들의 입맛이나 취향은 그렇게 크게 바뀌지는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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