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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담백, 깔끔, 푸짐 그리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 점심 한끼, 포천시 군내면 소담촌 샤브

by jeff's spot story 2025. 2. 25.

직장인들에게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영원한 숙제다. 자주 가는 단골집 한 두 군데는 물론 있지만 늘 그것만 먹기는 그렇고,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곳을 가기엔 모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근처 지인들의 추천을 많이 의지하게 되는데 이날 간 집도 그런 집 중에 하나다. 미리 갔다 와 본적이 있는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가성비가 좋고, 맛도 무난하고 푸짐하단다. 샤브 샤브는 좀 번거롭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평을 들으니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찾아 나섰다. 포천 소방서 건너편에 있는 농민마트 건물 2층의 소담촌 샤브 집이다. 

 

물론 샤브 샤브가 푸짐한 음식이다 보니 가격은 일반적인 국밥 한 그릇 먹는 것보다는 훨씬 비싸기는 하다. 우리는 가장 저렴한 13,000원의 월남쌈 샤브를 주문했다. 전에 미리 갔다 온 직원들이 들고 있는 고기 추가 쿠폰도 제시했다. 이러면 더 푸짐한 점심상이 되는 것이다. 주문을 한 뒤 손님들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본인들이 먹을 토핑이나 반찬을 알아서 갖다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부페식이기 때문에 양은 정함이 없다. 말 그대로 무한리필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샤브샤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천국같은 곳이다. 

 

스프나 빵도 있고, 국도 있다. 우리는 월남쌈 샤브니까 야채와 월남쌈도 넉넉하게 챙겼다. 이런 에피타이저 같은 음식들을 많이 먹으면 본 메뉴를 잘 먹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러니 배속을 좀 비워 놓아야 한다. 식당 안을 둘러보니 꽤나 넓은 실내에 거의 90%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런 불경기에 이 정도의 인기몰이면 그래도 선전을 하고 있는 집이라 하겠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손님들의 80~90%가 여자들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나이가 좀 있는 아줌마들이 주 고객이었다. 이 점은 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었다. 왜 아줌마 손님들이 주를 이루는 것일까?

 

샤브 샤브의 중심인 육수가 나오고 고기도 나왔다. 나중에 먹으라고 죽을 만들 밥도 조금 나왔다. 월남쌈은 여러 야채와 과일을 라이스 페이퍼에 싸먹는 음식이다. 처음 먹을 때는 신기하기도 하고 맛도 좋았으나 나중엔 좀 뭐랄까 번거롭다고 할까? 우리는 먹으면서 왜 여기에 아줌마 손님들이 많은 것일까를 이야기 했는데 여기처럼 중간 중간 손님들이 뭔가를 계속 갖다 먹어야 하는 시스템은 남자들이 싫어하는 방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남자들은 종업원이 갖다 주는 것을 앉아서 먹고 싶지 본인이 계속 들락거리며 움직여서 먹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게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이렇게 번잡스럽게 돌아다니는 것이 좀 맘에 안 들기는 한다. 물론 샤브 샤브 집이라고 다 이런 방식은 아니다. 손님은 꼼짝 않고 앉아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채선당이라는 식당이 그랬드 여기는 가격이 좀 저렴한 대신 이렇게 손님들이 부페처럼 돌아다니며 먹어야 한다. 심도있는 대화를 하거나 좀 어려운 손님을 데리고 오기는 그렇지만 가까운 지인들이랑 오기엔 가성비가 좋으니 그것은 선택의 몫이다. 아무튼 월남쌈 야무지게 싸서 몇 번 먹으면서 제대로 된 샤브 점심을 즐겼다. 

 

어느 정도 배가 부르면 좋아하는 열무김치 국수도 갖다 먹을 수 있다. 마치 코스 요리처럼 샤브 샤브에 들어가는 것들이 어느 정도 순서가 있고, 월남쌈도 그렇다. 나중엔 칼국수를 넣어 먹는 것이 국룰이고, 육수를 조금 남겨 죽을 만들어 먹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할 순서이다. 이렇게 먹다보면 시간도 후딱 가고 뭘 별로 먹은 것 같지 않아도 배가 엄청 부르기 마련이다. 샤브 샤브가 자극적이지 않은 육수에 고기나 야채를 데쳐 먹는 효과가 있어 건강에는 좋겠지만 양 조절을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칼국수에 만두까지 넣어 먹으니 한 끼를 먹는데 벌써 얼마나 많은 메뉴들을 섭렵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먹는다면 분명 살이 찔 것이다. 도저히 못 먹겠다고 했으나 결국 나중에 죽까지 만들어 먹었다. 아무래도 필수 코스라는데 안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샤브 샤브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먹고 나서 후회한 적이 많다. 그래도 다행히 이날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한 시간이 언제 갔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점심으로 이렇게 거하게 먹었으니 오후에는 더 힘을 내서 열심히 일해야겠지? 단체로 오면 좋을 듯한 샤브 샤브 집이 생겼으니 나중에 회식을 여기서 하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