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단동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오랜 세월 영업을 한 중화요리집이 있다.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몰라도 우리가 포천에 이사오던 시절부터 있었으니 최소한 20년은 넘게 장사를 한 곳이다. 아마 훨씬 그 이전부터 했을 것이다. 중국집은 일종의 동네 분위기를 대표하는 식당이기도 하다. 배달이라는 독특한 방식의 영업전략 때문에 동네 곳곳을 누비는 배달원들의 오토바이 소리를 따라가면 중국집이 나온다. 한 곳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장사를 했다는 것은 동네 사람들이 만족하는 곳이란 증거이고, 그럼 맛이 좋다는 말이 된다.
사거리 코너에 위치한 곳이다 보니 선단동 입구 사거리의 모습이 훤히 내다 보인다. 풍경이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한다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우리는 가장 시그니쳐인 간짜장과 짬뽕을 주문했다. 중국집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아이템이고,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메뉴이다. 간짜장의 가격은 8,000원이다. 다른 음식들의 가격이 너무 올라 이런 값이 아주 착해 보였다. 사실 간짜장이 예전엔 그래도 좀 고급진 느낌의 음식이었는데 이젠 잔치국수 가격에 팔리는 셈이다. 밖에 볼 때보다 실내는 크지 않았고, 주방이 완전 분리되어 있어 깔끔해 보였다.
음식은 비교적 빨리 나왔다. 배달을 시키는 전화가 계속 울리는 가운데 음식이 나왔다. 이렇게 전화로 주문하는 모습은 요즘은 보기 드문 낯선 광경이다. 요즘은 앱을 통한 배달이 대세가 아니던가? 이집도 앱 주문이 있긴 했는데 그래도 대부분의 주문은 과거처럼 전화로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라이더가 아니라 직접 고용한 배달원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예전 중국집 어디서나 볼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젠 거의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앱 본사들의 횡포때문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뉴스를 본것 같기도 하다.
간짜장은 정말 일반적인 비주얼이었다. 방금 볶아 낸 것 같은 모습이 아주 좋았다. 간짜장이 고급진 이미지인 이유는 짜장면과 달리 주문할 때마다 소스를 볶아 내 주기 때문이다.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그만큼 손님 입장에서는 바로 만든 맛난 짜장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꾸덕한 짜장 소스에 잘 비벼지지 않는 면을 비비면서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짜장은 이렇게 물이 적고 꾸덕한 소스일 때가 제일이다. 짬뽕은 무척 매워 보이는 비주얼이었지만 막상 국물을 먹으면 그렇게 맵거나 달지 않은 예전 방식의 구수한 국물이었다.
이렇게 구수하면서 진한 국물의 짬뽕이 어찌나 그립던지... 왜 요즘은 그리 맵기만 한지... 여기서 과거의 맛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간짜장도 짬뽕도 우리의 추억을 소환하는 그런 맛이라 더 맛나게 먹은 것 같다. 이집에서 우리집까지 배달을 해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토바이로 10분 이상 달려야 하는데 말이다. 올 수만 있다면 주문을 하고 싶다. 이런 맛을 내는 집이라면 분명 요리도 맛이 좋을 것이다. 간짜장에 들어간 앙증맞은 완두콩도 추억의 맛을 준다. 전체적으로 예전에는 동네마다 있었던 그렇지만 요즘은 보기 드문 그런 추억을 간직한 중화요리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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