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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아담하지만 제대로 된 생선회 맛을 볼 수 있는 포차, 포천시 선단동 어시장 회포차

by jeff's spot story 2025. 2. 22.

송우리에서 대진대 쪽으로 가다보면 43번 국도변에 있는 이집을 볼 수 있다. 여러 명이 회식을 하는 큰 횟집이 아니라 집에 가다가 친구랑 들러 한 잔 하는 분위기가 물씬한 집이다. 이름은 어시장 회포차!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여긴 일종의 포차 같은 곳이다. 밖에서 볼 땐 저녁에만 문을 여는 전형적인 실내포장마차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완전 문전성시였다. 너무나 사람이 많아 하마트면 자리도 잡지 못할 뻔 했다. 근처에 변변한 횟집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장사가 잘 되는 집인줄 몰랐다. 

 

오죽하면 장소가 협소하니 세 시간 이상은 앉아 있지 말란다. 횟집에선 당연히 술을 먹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의 제약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가게가 장사가 된다는 소리다. 우리는 이날 들어 왔다는 대방어를 주문했다. 이맘때가 대방어의 시기이니 한 번은 먹어 주어야 한다. 방어의 기름이 한껏 올라있는 겨울철의 방어회맛은 정말 일품이다. 다만 요즘 방어값이 좀 비싸다 하더니 셋이 먹으려면 8만 원 인가를 내야 했다. 하긴 그것도 비싸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요즘 물가가 어디 안 오른 물건이 있던가?

 

푸딩처럼 부드러운 계란찜도 인상적이었다. 너무 부드러워 이런 계란찜이 있을까 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집은 특이하게 초밥을 손님이 직접 만들어 먹으라고 밥과 묵은지, 무순과 락교와 생강절임을 내어 준다. 김에 이런 재료들을 넣고 방어까지 함께 싸서 먹는 것이다. 일종의 김쌈인데 와사비와 함께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다른 곳에선 먹기 힘든 레시피라 손님들은 저마다 각자의 김쌈을 싸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테이블에서 방어를 먹었다. 역시 기름이 흐를 것처럼 넘치는 방어의 자태가 아주 고왔다. 

 

하지만 역시 방어는 생선 자체를 기름장에 찍어 먹는 것이 제일 맛이 좋다. 말 그대로 술을 부르는 맛이다. 이런 부드럽고, 적당히 기름진 생선은 참치 말고는 없을 것이다. 방어와 참치가 친척지간이던가? 잘 모르겠네... 대방어 한 접시는 금새 바닥이 나고 말았다. 이렇게 먹다간 오늘 정신없이 뭔가를 먹어 치울 것이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결국 우리는 매운탕을 예정보다 조금 일찍 주문했다. 여긴 횟값이 싼 대신 매운탕은 1만 원을 따로 내야 한다. 그래도 회를 먹었는데 매운탕을 먹지 않고 나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매운탕 값을 따로 받는 만큼 서비스로 주는 매운탕보다는 확실히 내용이나 맛이 튼실했다. 원래 매운탕은 공기밥에 매운탕 국물을 붓고, 김치를 얹어 먹는 것이 룰인데 여긴 국물이 시원해서 라면 사리를 넣었다. 일종의 일탈을 한 셈인데 이렇게 매운탕에 라면을 넣어 먹은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나름 맛이 좋았다. 방어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밀가루로 꽉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횟집에서 술을 마시면 먹는 양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많게 된다. 아마도 안주가 좋아서일 것이고, 값이 나가는 음식이다 보니 본전 생각이 나서 일수도 있다. 아무튼 참 오랫만에 생선을 배 채운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