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가 있어 오랫만에 종로에 나가게 되었다. 행사 장소는 프라자 호텔이었지만 점심은 나가서 먹기로 했는데 함께 간 인원이 좀 많았다. 우리는 17명은 되었던 것 같다. 이런 인원이 예약도 하지 않고 한 번에 갈 수 있는 식당을 오랫만에 서울 나들이를 하는 사람이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국세청 건물에 있는 애쉴리 라는 부페를 가자는 것이었다. 서울 시청에서 종각까지 간다는 것이 좀 멀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곳에 주차를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두발로 걸어갈 수밖에...
강추위를 뚫고 거의 30분 정도 걸어서 애쉴리에 도착했다. 와서 보니 정식 명칭은 애쉴리가 아니라 애쉴리 퀸이었네~ 아뿔사 그런데 여긴 웨이팅이 장난이 아니었다. 점심 부페가 19,900원으로 비교적 싼 편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이 또 어딜 간다는 말인가? 우리는 그냥 하염없이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기다린지 거의 한 시간 만에 드디어 우리의 입장이 허락되었다. 얼마나 대단한 곳이길래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단 말인가? 다들 배가 고픈 상황인지라 서둘러 접시를 들고 각자의 전장으로 향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먹을거리도 많지 않고, 그냥 평범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종로에 있는 애쉴리라 그런가 의정부에서 먹었을 때보다는 확실히 뭔가 더 있어 보였다. 사람들 말로는 애쉴리와 쿠우쿠우가 비슷한 구성과 가격, 그리고 분위기란다. 그랬던가? 별로 라는 사람도 있고, 좋았다는 사람도 있고 종잡을 수 없는 평들이 이어졌다. 이럴 땐 그저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는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호텔 부페 같은 곳보다는 분명 규모가 작은 편이었지만 나름 알차게 잘 구성해 놓은 음식들이 있었다. 사실 부페라 해도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주로 먹게 된다.
음식을 담아 온 접시를 보면 그 사람이 평소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럼 만일 어떤 사람의 음식 취향을 알고 싶다면 부페를 데리고 오면 되는건가? 그냥 물어보면 되지 뭐하러 취향을 알기 위해 돈을 쓴단 말인가... 지혜롭지 못한 방법이다. 암튼 우리는 식탁에 앉아 서로 무엇을 담아 왔는지 살펴 보았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부페라 해도 우동이나 메밀소면 같은 국수는 꼭 먹는 편이라 가장 먼저 그것부터 가지고 왔다. 거기에 다시 면류인 잡채와 알리오 올리오 같은 기름 파스타를 담았다.이거 너무 국수 위주로만 편성한 것 아냐?
무엇을 담았든지 본인이 맛나게 먹으면 그만이다. 두 번을 왔다 갔다 했더니 배도 부르고 더 먹을 만한 것도 없길래 커피를 들고 와서 마시고 있는데 함께 간 일행이 와플과 과일을 들고 왔다. 아 맞다. 부페에는 디저트로 종류가 많지... 평소 디저트라는 분야는 거의 쳐다보지 않기 때문에 그냥 커피만 홀짝 거리고 마셨다. 뭐 대단한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의 심장부에서 먹는 애쉴리라 그런지 맛이 다른 곳보다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한 시간 정도 앉아 있다 나왔는데 역시 부페는 아무리 잘 먹어도 배는 부르지만 뭔가 허전한 것이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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